서울 관악구 광동교회(방영철 목사)는 도심 속 생명 발전소와도 같다. 창조세계 보전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눈길을 끈다. 2019년 새 예배당을 짓기 전까지 10여년 동안 교회 주차장이 있어야 할 곳에 정원을 꾸몄다. 예배당을 건축하면서 정원이 좁아졌지만 여전히 과거의 흔적이 남았다. 몇 그루의 나무와 풀, 꽃이 자라는 작은 정원에는 길고양이들을 위한 밥통과 식수통이 마련돼 있다.
지난 4일 교회에서 만난 방영철(60) 목사는 “생각해보면 길고양이나 비둘기가 물을 마실 곳도 마땅치 않은 게 도심”이라며 “하나님이 만든 동물들도 쉬어가는 교회로 만들고 싶어 이런 배려를 했다. 동물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교회가 생명 발전소로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방 목사는 교육관 옥상으로 안내했다. 2014년 교육관을 신축하면서 99㎡(약 30평) 넓이의 옥상에 시간당 12㎾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초기 투자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절반인 1200만원쯤이었다. 나머지는 정부 지원금으로 해결했다. 투자금에 대한 손익분기점은 지난해 넘었다. 발전량이 많지 않아도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방 목사는 “하나님이 주신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만큼 성경적인 일이 없다”며 “코앞까지 다가온 기후재앙을 막고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출발점이 바로 태양광발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 옥상을 비워두지 말고 태양광발전을 시도해 보라”며 “주민들에게 태양광발전을 홍보하는 효과도 크다”고 권했다.
광동교회의 모든 사역은 창조세계 보전과 연결돼 있다고 한다. 교육관 2층에 있는 방 목사 사무실도 숲처럼 꾸며져 있다. 떡갈나무와 고무나무 야자수 꽃기린 극락초를 비롯해 각종 허브가 자라는 화분이 한쪽 벽면을 차지했다.
화초를 소개하던 방 목사는 폐식용유를 모으는 곳에 가자고 말했다. 교육관 1층으로 내려가자 붉은색 고무통이 보였다. 뚜껑에는 ‘폐식용유 함’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 주민들이 집에서 사용한 식용유를 자유롭게 버리는 통이다.
교회는 폐식용유를 모아 빨랫비누를 만든다. 비누를 만드는 건 교회 전도 대원들의 몫이다. 폐식용유가 빨랫비누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고 한다. 수산화나트륨과 폐식용유, 약간의 첨가제를 섞으면 된다. 친환경 빨랫비누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2000원을 넘지 않는다. 주민들에게 재활용 빨랫비누의 인기는 높다. 방 목사는 “주민들이 언제쯤 비누를 살 수 있냐고 종종 물어보신다”며 “세탁력도 좋고 10년째 하다 보니 으레 교회에 오면 빨랫비누가 있다고 생각해 찾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만드는 것 자체는 까다롭지 않다”며 “어느 교회라도 당장 폐식용유를 활용해 비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가정에서 사용한 식용유는 하수구로 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버려진 식용유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식용유만 제대로 재활용해도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방 목사는 “버려지는 걸 줄이려는 노력이야말로 생태환경 보전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환경이 오염되면 창조세계에 거하는 모든 생명이 위기에 몰리는데 인간도 피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쓴다) 장터인 초록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문을 연 초록가게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됐다. 방 목사는 초록가게를 소개할 때마다 청바지 이야기를 한다. 1초에 72장이 팔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끄는 청바지는 사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청바지의 원료인 목화솜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많은 농약이 사용되고 가공 공정에도 많은 물과 전기, 화학약품이 들어간다. 방 목사는 “소비를 줄이고 가진 걸 고쳐가며 잘 쓰고, 정 버려야 하면 재활용 상점에 기증해 필요한 사람의 손에 전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1교회, 1재활용품 가게 운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종 나도 초록가게에서 쇼핑하는데 누군가 버린 물건이 내게 쓸모 있을 때가 많아 놀랍다”고 말했다.
교회가 창조세계 보전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방 목사는 “예수님이 주신 가장 큰 계명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인데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게 모두를 사랑하는 적극적 표현”이라며 “더 나아가 다음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위한 투자이자 배려인 만큼 교인들이 이 일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