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동탄시온교회(하근수 목사) 본당에서 6일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됐다. 등장인물은 하근수 목사와 모잠비크에 사는 어린이 도밍고, 그의 엄마와 동생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이들의 소박하지만 눈물겨운 일상이 펼쳐졌다.
하 목사는 2016년 국제구호개발기구 한국월드비전(회장 조명환)과 모잠비크를 찾아 기아 선상에 놓인 이들을 위로했다. 이듬해 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도 방문해 사랑의 손길을 전했다.
교회는 아프리카의 또 다른 빈곤국 에스와티니의 북부 마들란감피시에는 동탄시온스쿨도 건립했다. 교회는 학교 건축을 위해 월드비전을 통해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를 지원했다. 지난해 3월 하 목사와 교인들이 에스와티니의 초등학교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잠정 연기됐다.
이날 동탄시온교회와 월드비전이 지구촌 희망나눔 비전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당시 촬영한 영상을 본 건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기억하며 코로나19로 현지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영상이 시작되자 하 목사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모잠비크 갔을 때 모습입니다. 도밍고라는 열 살 된 아이를 찾아갔습니다. 이 아이는 일거리를 찾아서 매일 아침 길을 나섭니다. 온종일 일하고 밀가루 한 바가지를 받습니다. 저 움막이 집이에요. 어머니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어요. 비가 내리면 그냥 샙니다. 도밍고가 요리하는 곳이 부엌이자 안방이며 거실입니다. 저게 전부에요. 맨땅에서 먹고 자고 저렇게 살아가는 셈이죠. 그래도 보세요. 효자예요. 요리가 끝나자 엄마에게 먼저 음식을 건네잖아요. 당시 제가 도밍고와 하루를 꼬박 동행했습니다. 가슴이 아파 많이 울었습니다.”
교인들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떨궜다.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 목사가 도밍고의 머리에 손을 얹은 뒤 기도하는 장면이 나왔다. 영상에서 하 목사는 눈물과 뒤섞인 기도를 읊조렸다.
“주님은 이 아이의 소박한 꿈이 뭔지 아시지요. 도밍고의 가족이 조금이나마 편히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 귀한 아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세요.”
예배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와도 같았다. 하 목사가 모잠비크와 이듬해 말라위에 다녀온 뒤 800여명의 교인이 월드비전을 통해 아이들을 후원하기로 약정했다. 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400여명의 교인이 후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도 130여명의 교인이 또다시 후원 약정서에 사인했다. 온라인예배를 통해 후원한 교인들의 수는 집계 중이어서 최종 신규 후원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교회는 2013년부터 굿네이버스를 통해서도 100명의 어린이에게 매달 300만원을 정기 후원하고 있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저도 한 국제구호기구를 통해 미국의 후원자로부터 무려 45년 동안 매달 15달러의 후원을 받았다”면서 “‘미국 어머니’가 보내 주신 사랑과 격려로 대학교수가 됐고 이웃을 돕는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월드비전 회장이 돼 전 세계 어린이들 돌볼 수 있게 됐다”며 “이처럼 작은 정성이 지닌 힘이 크다. 사랑을 나눠주는 동탄시온교회 교인들께 감사를 전한다”고 인사했다.
하 목사는 ‘어른입니까, 어른이입니까’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성숙한 삶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신앙생활의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숙한 신앙생활이 중요하다”며 “신앙생활의 기간만 강조하는 신앙인의 삶은 마치 홍수가 났을 때 마실 물을 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받은 사랑을 어려운 형편의 이웃과 나누고 있는지 돌아보는 게 성숙한 신앙의 첩경”이라며 “그 사랑이 결국 더 큰 사랑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실제 동탄시온교회는 코로나19 중에도 성숙한 신앙인의 삶을 실천했다. 새벽기도 중 하 목사가 투병 중인 선교사에 대한 소식을 전한 데 이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광고하자 교인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며칠 만에 각각 2000만원과 2500만원의 헌금이 모였다. 이 기금은 전액 투병 선교사 치료비와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했다.
교회는 지난 4월 협성대에 1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이어 감리교신학대와 목원대, 협성대 동문회에 각각 1000만원도 전했다. 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 경기연회(감독 하근수 목사)가 전도를 잘하는 비전교회를 선정해 승합차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하자 여기에도 1억원의 종잣돈을 기증했다. 이를 시작으로 경기연회 소속 교회들이 1억5000만원에 달하는 기금을 더 전해 모두 8대의 승합차를 확보했다. 비전교회는 연 예산 3500만원 이하의 미자립교회를 말한다.
하 목사는 경기연회 감독이 된 뒤 100곳이 넘는 비전교회를 직접 방문했다. 하 목사는 “비전교회를 방문하면서 자립하지 못한 교회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체감했다”며 “임기 중 쉬지 않고 비전교회를 돌보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예정이다. 사랑 나눔이 더 큰 사랑을 만들어 낸다는 걸 확신하다”며 두 손을 들어 보였다.
화성=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