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맞아 천안함 생존자와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를 잇달아 만나 “보훈이 곧 국방”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두 사람과 만남에 앞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 등 ‘메시지 정치’를 넘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6일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34)씨의 대전 유성구 사무실을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은 전씨와 만나 “천안함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라며 “잠든 순국선열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어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이유”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방명록에 ‘희생자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내겠다고 쓰며 대권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통상 정치인들이 현충일 당일 참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메시지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하루 전 방문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16일에도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는 메시지를 냈다.
현충원 참배 후에는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28)씨와 만나 “국가에 헌신하다 부상당하거나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헌신에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안보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며 “국가가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잠행을 깨고 자신의 일정을 거듭 노출하면서 그의 공식적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사퇴 후 노동, 외교·안보, 반도체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조용히 소통했으나 최근 국민의힘 의원과 접촉하는 등 정치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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