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부족’ ‘대선필패’ 이준석에 집중포화… 33만 당원 투표 개시

입력 2021-06-07 00:02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5일 강원도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사에서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 개시를 앞두고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을 향한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진들은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소환해 ‘상왕론’과 ‘윤석열 배제론’ ‘야권 분열론’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을 정조준해 “노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나경원 전 의원은 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윤석열 배제론’이고 ‘야권 분열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준석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꼭 모셔오겠다고 공언했다”며 “공교롭게도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총장을 직접 겨냥해 ‘100%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했으나,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김 전 위원장과 이 후보가 위험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을 야권 대선 후보군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이 전 최고위원이 김 전 위원장을 배경 삼아 대선 레이스에서 윤 전 총장을 배제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의원도 이날 이 전 최고위원과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 “낙인찍기는 대선 필패의 지름길”이라며 “대선 후보군에 대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벌써 잣대를 들이대고 낙인찍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중진들의 공세를 음모론으로 일축했지만, 나 전 의원이 “음모론을 펴는 후보는 이 후보”라고 응수하며 공방이 이어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의도 언저리에서 받은 글이라고 카톡으로 소위 지라시가 돌고 나면 우연의 일치인지 비슷한 내용으로 나 후보가 비슷한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음모론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을 비방한 문자메시지 살포자에 대한 수사 의뢰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요구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합리적 문제제기와 우려에 난데없이 음모론이란 프레임으로 물타기를 했다”며 “그러더니 갑자기 아무 근거도 없이 마치 다른 후보가 당원 명부를 유출한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어떤 후보 측에서 유출했는지 의심이 간다고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나 후보만 발끈하는 것이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돌풍’과 맞물린 김 전 위원장의 윤 전 총장 때리기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말하는 등 윤 전 총장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지난 3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관둔 후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한 것과는 180도 달라진 셈이다. 이 같은 돌변은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 만남이 불발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유력 대선주자를 이용해 수렴청정하겠다는 노욕”이라며 “킹을 만들어 킹처럼 되고 싶은 노욕이 본심”이라고 비판했다.

전당대회 승부를 좌우할 33만명에 달하는 당원 선거인단의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민의힘은 당원 선거인단(70% 반영) 대상 모바일투표를 7∼8일, ARS투표를 9∼10일 실시한다. 30%가 반영되는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도 9∼10일 이틀간 진행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