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만의 밀착에 중국이 발끈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중국산 백신을 거부하던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지원 받고, 이에 맞춰 미 상원의원단이 대만을 방문하자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미국 민주당 소속 태미 덕워스·크리스토퍼 쿤스 의원과 공화당의 댄 설리번 의원은 6일 오전 미군 수송기를 타고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미 현역 의원이 군 수송기를 타고 대만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 공군 쑹산 기지 지휘부에서 미 의원단과 면담을 갖고 미국과 대만 관계, 역내 안보 등을 논의했다.
미 의원단은 공항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대만에 코로나19 백신 75만회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해외에 지원하기로 한 8000만회분 백신 가운데 우선 2500만회분 공유 계획을 공개했는데 1차 지원 대상에 대만이 포함됐다. 차이 총통은 트위터에 대만을 ‘국가(country)’로 지칭하며 “미국의 강력한 지지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대만은 그간 중국의 백신 지원 제안을 ‘분열 술책’이라며 거부해 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지원 사격에는 곧바로 호응했다. 일본 정부가 보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4만회분이 지난 4일 대만에 도착했을 때 대만 정부는 타이베이 101타워에 LED로 감사 메시지를 띄웠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미국 백신 지원에 대해 “대만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실제로 백신을 손에 쥐는 것”이라며 “공수표는 필요 없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중국의 군사력은 대만을 넘어선 지역으로까지 확장된 지 오래”라며 “중국은 대만 문제의 궁극적 해결에 대비해 전 세계에서 힘과 위신을 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 내 여론도 더욱 악화됐다. 특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승객이 최근 대만 리룽항공편으로 푸젠성에 입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인들의 불만과 분노는 정당하다”며 “대만 집권당은 이러한 여론이 대만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