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이 이르면 이번 주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됐던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 입증은 법리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폐 의혹에 대한 ‘윗선’의 책임도 드러나지 않아 경찰 자체 조사 결과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해당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택시기사는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해 조사해 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6일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어서 입건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면서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인정되느냐를 수사팀이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에도 이 전 차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택시기사가 합의 당시에 영상을 바로 삭제한 것이 아니고, 경찰도 이후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거인멸 시도 자체가 ‘미수’에 그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데, 증거인멸교사죄의 경우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인지를 못한 상황에서 증거를 없애게 되면 증거인멸이 되지만 경찰은 영상 존재를 알고 있었다”며 “이 전 차관 주장대로라면 (택시기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 달라’고 제안한 것에 불과해 증거인멸 교사 행위 자체가 성립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이를 사과하며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넸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차관은 “폭행 영상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택시기사는 이 전 차관의 요구에 바로 응하지 않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의 조사 결과는 실무 담당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폭행 영상의 존재를 알고도 “못 본 걸로 하겠다”고 언급한 담당 수사관과 지휘 책임이 있는 담당 팀장·과장 등 3명만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초경찰서장이었던 A총경의 경우 “블랙박스 영상과 관련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이나 경찰청 등 상급 기관 차원에서도 공식적인 사건 보고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판 이형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