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성토장 된 ‘비트코인 콘퍼런스’… 어나니머스 응징 경고

입력 2021-06-07 04:05
어나니머스 트윗 계정 캡쳐

지난 4, 5일(현지시간) 최소 1만2000여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여름휴가가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콘퍼런스’ 참석차 각지에서 모인 사람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을 “암호화폐(가상화폐)의 재단에 경배하려고 모인 사람들”로 묘사했다. 참석자들은 강연자들이 비트코인의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할 때 박수치며 옹호했다.

그런데 참석자들의 환호성을 끌어낸 또 다른 장면도 있었다. 가상화폐 시장의 악동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비난이 등장할 때였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폭스비즈니스는 “콘퍼런스 참석자들의 공통 주제 중 하나는 머스크에 대한 불만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가상화폐 하락의 원인으로 그를 지목했고, 적대감이 감돌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콘퍼런스 사회를 맡은 방송인 맥스 카이저가 머스크를 욕하며 행사를 시작하자 참석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창업한 타일러 윙클보스는 “화성의 통화는 달러가 아닌 비트코인”이라며 머스크를 저격했고, 비트코인 투자자이자 미국프로풋볼(NFL) 유명 선수인 러셀 오쿵은 “우주탐사나 잘하라”는 의미를 담은 옥외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머스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상화폐 시장을 교란했다. 그는 콘퍼런스 기간인 지난 4일 밤 아무 맥락 없이 ‘캐나다(Canada), 미국(USA), 멕시코(Mexico)’ 영문 단어를 열을 맞춰 게재했다. 영문 앞자리만 읽으면 남성 체액을 뜻하는 단어가 된다. 머스크는 곧이어 물방울, 로켓, 달 이모지(그림문자)도 올렸다. 달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격 급등을 뜻한다. 이를 본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가상화폐 중 하나인 ‘컴로켓(cumrocket)’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했다. 컴로켓 가격은 곧바로 400%나 폭등했다. 컴로켓은 사용자들이 18세 이상 성인 콘텐츠를 구매·판매·교환·수집할 수 있는 NFT(대체불가토큰) 플랫폼 설립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머스크 트윗에는 “비윤리적 쓰레기” “시장 조작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비난이 폭주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당신이 미워하는 것을 죽이지 말고 사랑하는 것을 구하라”고 맞받아쳤다.

국제해커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는 머스크를 겨냥해 공격을 암시하는 유튜브 영상을 5일 게시했다. 어나니머스는 영상에서 “당신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하는 놀이 때문에 여러 삶이 파괴돼 왔다”며 “투자자들은 투자 위험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번 주 당신의 트윗은 노동자에 대한 경시를 명확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꿈을 청산하는 동안 당신은 수백만 달러짜리 저택에서 밈(meme)으로 이들을 조롱했다”며 “당신은 이 안에서 당신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엔 임자를 만났다. 기대하라”고 경고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