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운임이 4주 연속 오르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경기 활성화에 따른 물동량 급증과 수에즈운하 사고 등으로 인한 주요 항만의 적체 지속, 내륙운송 지연, 컨테이너 부족 등이 계속 맞물리며 해상운임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스팟(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4일 전주 대비 117.31포인트 오른 3613.07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날 925.50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운임이 4배가량 오른 것이다. 조만간 SCFI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 서안노선 운임은 1FEU(길이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410달러 오른 4826달러를 찍었고, 유럽 항로 운임은 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71달러 오른 588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노선 운임이 대부분 오른 가운데 미주 동안노선 운임이 전주 대비 1FEU당 842달러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인 8475달러를 기록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미주 서안노선에 선박이 몰리다보니 항만이 매우 번잡한 상황”이라며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1~2주라는 기약이라도 있으면 나은데, 그조차 없다보니 화주들이 미주 동안노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꽉 막힌 서안 대신 동안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해당 노선의 운임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지난 3월 말 발생한 수에즈운하 사고로 일주일간 물류의 이동이 막혔던 여파 역시 아직 완전히 해소되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주요 항만 중 하나인 중국 광둥성 선전 옌텐항이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으로 지난달 말 폐쇄됐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올해 3분기까지는 고운임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분위기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연말 소비시즌을 앞둔 3분기에는 물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1위 선사인 머스크도 현재와 같은 호황이 올해까지는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는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 선사들의 공급 조절 등 영향으로 코로나 이후에도 고운임이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3분기부터 공급망 혼란이 수습되면서 운임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