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천청사부지 주택 공급 철회, 후폭풍 우려된다

입력 2021-06-07 04:02
정부가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키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지역 주민들 반대와 과천시 대안 제시를 수용해 당정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하는데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부지는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집값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공급 대책을 발표할 때 후보지에 포함됐던 곳이다. 정부 땅이라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는데 무산돼 정부의 공급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과천 주민들은 시장 주민소환투표까지 밀어붙이며 과천청사 부지 주택 공급에 반발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내걸었지만 신축 아파트 공급으로 기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혐오시설이 아닌데도 자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신규 공급에 반대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 행태에 다름 아니다. 과천시는 과천지구 자족용지 등에 4300가구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주민소환추진위원회는 공급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소환 절차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체 공급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번 결정은 정부의 수도권 지역 주택 공급 계획이 지자체와 주민 반발에 밀려 취소되는 첫 사례다. 다른 개발 예정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빌미가 될 수 있다. 태릉골프장, 용산역 정비창, 서부면허시험장, 상암 DMC 미매각 부지 등 지난해 5·6 대책과 8·4 대책에 포함된 공공택지 예정지들도 대부분 주민 반대에 부딪쳐 있다. 지역 정치인들도 주민 요구 대변하기에 바쁘다. 정치가 개입하면서 정부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GTX-D 노선(김부선) 수정 요구도 유사한 사례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지만 무리한 주장까지 수용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세웠다면 반발이 있더라도 밀고나가야 한다. 부당한 요구에 휘둘려 정책이 오락가락 한다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확산시키는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