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해외여행 막히자 ‘골린이’ 합류… 골프 시장 급성장

입력 2021-06-07 04:02
게티이미지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 시장이 MZ세대 ‘골린이’(골프+어린이)의 합류로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축소와 주52시간제 도입 등 사회적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일 내놓은 ‘KB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는 지난해 4700만명을 기록했다. 5년간 연평균 5.4% 증가한 수치다. 특히 MZ세대 등 젊은층의 신규 진입이 두드러졌다. 스크린골프 체인업체 ‘골프존’의 인구 분석 자료를 보면 3년 이하 신규 골프 입문자 중 20~40대가 65%에 달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MZ세대 사이에 골프가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젊은 세대는 여윳돈과 여유시간을 해외여행에 소비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대체재로 골프장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인한 회식 금지와 주52시간제 정착 등으로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이 생긴 것도 한 원인이다.

특히 MZ세대는 비즈니스나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골프에 입성한 기성세대와 달리 화려한 골프 의류와 개성 있는 아이템 등으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특성이 있다.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SNS 인스타그램을 보면 ‘#골린이’ 해시태그 건수만 31.6만개에 달한다. 이런 트렌드는 패션을 중시하는 여성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보고서는 지목했다.


보고서는 “유명 백화점은 골프 의류 할인 폭을 넓혀 MZ세대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고급 브랜드를 입점시켜 2030 골퍼를 공략하고 있다”며 “특히 2030 여성 골퍼는 기능성보다 패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여성 골프 브랜드 입점, 편집숍 오픈 등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골프 의류 매출 성장률은 8.6%인데 30대 이하 여성 대상 브랜드의 매출 성장률은 21.4%에 달했다. 골프 의류 시장 규모도 지난해 5조1000억원에서 2022년 6조3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골프 시장 호황 속에서도 희비는 갈렸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실내 골프연습장은 되레 7.9% 감소하며 줄폐업했다. 반면 스크린골프장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스크린골프 가맹점 골프존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2% 상승한 2810억원을 기록했다. 감염 위험은 골프연습장과 비슷하지만 골프 라운딩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이 2030세대를 붙잡았다는 분석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