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검찰 간부’ 전면 배치… “정권 수사 무력화” 지적도

입력 2021-06-05 04:02 수정 2021-06-14 13:09
서울고검장으로 내정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법무부는 4일 단행한 검찰 고위 인사를 통해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는 간부들을 주요 보직에 전면 배치했다. 대검찰청 참모들을 대거 교체하면서 ‘윤석열 색깔’을 빼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다. 집권 말기에 검찰의 정권 겨냥 수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시에 지난 1년여간 벌어졌던 인사만큼 노골적인 편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다. 검사장 신규 승진자 중에는 그간 조직 안팎에서 수사와 기획 역량을 인정받던 이들이 많았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개진했던 ‘탕평(蕩平)’의 의견도 모두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여권이 달갑지 않아 하는 수사를 진행했던 이들, 검찰을 둘러싼 여러 ‘흔들기’ 국면에 소신 있는 태도를 보인 이들이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입었다. 일선 복귀 여부가 관심을 끌었던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연수생이 없는 사법연수원의 부원장으로 갔다. 이성윤 신임 서울고검장에게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사법연수원 25기 검사장들의 행선지 속에 검찰 인사의 숨은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연수원 동기를 관할 고검장으로 둔 지검장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김후곤 신임 대구지검장은 권순범 신임 대구고검장과 함께, 노정연 신임 창원지검장과 이주형 신임 울산지검장은 조재연 신임 부산고검장과 함께 일하게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같은 관할의 고검장과 지검장이 동기로 묶인 사례는 그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 지검장은 그간 소신 있는 수사와 주장을 펼쳐온 이들로도 꼽힌다. 김 지검장은 서울북부지검장으로 있으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그는 지난해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구체적인 사건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권고했을 때 검찰 내부망에 “현실이 부끄럽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었다.

서울서부지검장으로 일했던 노 지검장은 지난해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의혹 사건을 맡아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사기와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서울서부지검은 수사 결과를 언론에 공식 발표하면서 보도자료에 부장검사의 이름 대신 ‘서울서부지검(검사장 노정연)’이라고 썼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가 이뤄졌을 때 법무부 감찰위원으로서 “감찰 및 징계청구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냈었다.

‘탕평’ 인사 기조 속에서 복귀 여부가 주목됐던 한 부원장은 이번 인사 결과에서도 일선으로 나오지 못했다. 검찰 구성원들은 “수사에 강점이 있는 인물에게 수사권을 주지 않고,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에 두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 부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년 전 첫 출근한 날에 내가 평생 할 출세는 다 했다고 생각하고 살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의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의 일의 일부이니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