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피고인’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정치권에서 직무배제 요구가 나오는 인사를 오히려 서울중앙지검을 관할하는 고검장 자리에 ‘영전’시킨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핵심 참모였던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배치됐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주요 보직에서 배제됐다. 법조계에선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4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4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11일자로 단행했다. 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취임한 이후 실시된 첫 대규모 정기인사로 고검장급 5명, 검사장급 10명 등 총 15명이 승진했다.
대검찰청 참모진은 대거 교체됐다.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법무연수원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수원지검장, 조종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광주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관심을 끌었던 대검 차장검사 자리엔 박성진 부산고검장이 이름을 올렸다. 박 고검장은 라임, 옵티머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등 김오수 검찰총장이 회피한 주요 사건을 지휘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대검 반부패부장은 문홍성 수원지검장이 전보됐고, 대검 기조부장은 예세민 성남지청장이 신규 보임됐다.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수사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전진 배치됐다. 현직 부장검사는 “‘믿을맨’은 이성윤뿐이란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 인사”라고 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기소된 현직 검사장이 승진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수장에는 이정수 검찰국장이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 빅4’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구자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임명됐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은 이번에도 한직에 머무르거나 좌천됐다. 채널A 사태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던 한동훈 검사장은 비수사직군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윤 전 총장 재임 당시 대검 차장검사였던 강남일 대전고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성 인사를 받았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