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에서 강력하게 제기한 2차 추경 추진을 정부가 공식화한 것이다. 다만 추경의 규모와 재원에 관해서는 당정 간에 견해차가 커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한 3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을 생각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올해 더 걷힌 세수만 활용하는 추경을 언급했다. 정부의 견해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향후 당정 협의에서 정부가 세운 원칙이 관철되기를 바란다.
홍 부총리는 “이번 추경 검토는 백신 공급 등 재난 대책, 하반기 내수 및 고용 대책, 코로나19 취약·피해 계층 지원 대책 등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취약·피해 계층 지원을 강조한 것은 민주당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보편 지원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지금이 그럴 때라는 주장에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수입이 더 늘어난 사람들도 분명 있으니 모두에게 돈을 퍼주는 것보다는 형편이 어려워진 이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게 온당하다.
추경 재원에 관해 홍 부총리는 “상당 부분의 추가 세수가 예상됨에 따라 기본적으로 추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이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국세 수입이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19조원 늘었다. 올해 전체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15조원 이상, 세입 예산보다는 17조원 이상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 재원을 세수 증가분 이내로 한정한 것 역시 민주당의 구상과 충돌한다.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피해 업종 선별 지원, 손실보상 법제화까지 더한 슈퍼 추경을 검토 중이다. 손실보상법을 시행해도 소급 적용이 안 될 경우 사실상의 소급 효과를 내기 위해 두터운 선별 지원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다 하려면 30조원 넘게 필요하다. 추가 세수 외에 10조원 이상의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것이다.
가뜩이나 국가채무가 급증한 상태이므로 나라 빚을 더 내는 일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3일 “일각의 주장처럼 빚내서 추경 하는 것도 아니고 한참 남은 선거를 의식한 추경도 아니다”라면서 “상반기 세수가 더 걷혀 생긴 재정 여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빚내서 추경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지켰으면 한다. 또 선거용 돈 살포라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전 국민 지급을 추진하지 말기를 바란다.
[사설] 추경 공식화… 세수 증가분만 사용하자
입력 2021-06-0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