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준석 후보가 3일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견 발표 7분간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6차례 언급하며 “탄핵에 대한 이준석의 생각을 대구·경북에서 품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나경원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설 익은 밥솥 뚜껑 여는 리더십이 아니라 안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견제했고, 주호영 후보는 “‘이준석 바람’은 간판을 떨어뜨리고 유리창을 깨는 바람”이라며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전당대회 대구·경북(TK) 지역 합동연설회를 개최했다. TK 지역은 국민의힘 당원 선거인단 32만8000명 중 9만2000명가량이 몰려 있고 열성 지지층이 많아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 후보는 정견 발표에서 “저를 영입한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면서도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고,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에 대한 제 복잡한 입장이 정치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이준석의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줄 수 있다면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오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4년 40대 초반의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전쟁 찬반으로 분열됐던 미국 사회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냈고, 4년 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나 후보는 “조금이라도 불공정의 씨앗이 될 수 있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야권 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다만 나 후보는 연설 초점을 계파정치 비판에 두기보다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등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대구 5선인 주 후보는 “저에게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지켜 달라는 분들이 많다”며 지역 민심을 파고들었다. 주 후보는 “이곳에서 배출한 두 대통령은 기약 없이 감옥에 있고, 영남배제론 공격으로 보수 텃밭에서 15년째 당대표조차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전당대회 흥행을 일으켜줘서 고맙다”면서도 “딱 거기까지다. 그 바람이 간판을 떨어뜨리고 유리창을 깨면 대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대구 경북대에서 한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이 대중 강연에 나서는 것은 4월 비대위원장 퇴임 이후 처음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가 일반 여론조사에서 51%를 획득한 의미를 간단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구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해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한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는 36%를 얻어 나 후보(12%)와 주 후보(4%)를 크게 앞섰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