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보수심장 TK서 “박근혜 탄핵 정당… 내 생각 품어달라”

입력 2021-06-04 04:02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조경태 나경원 주호영 후보(왼쪽부터)가 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준석 후보가 3일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견 발표 7분간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6차례 언급하며 “탄핵에 대한 이준석의 생각을 대구·경북에서 품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나경원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설 익은 밥솥 뚜껑 여는 리더십이 아니라 안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견제했고, 주호영 후보는 “‘이준석 바람’은 간판을 떨어뜨리고 유리창을 깨는 바람”이라며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전당대회 대구·경북(TK) 지역 합동연설회를 개최했다. TK 지역은 국민의힘 당원 선거인단 32만8000명 중 9만2000명가량이 몰려 있고 열성 지지층이 많아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 후보는 정견 발표에서 “저를 영입한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면서도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고,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에 대한 제 복잡한 입장이 정치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이준석의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줄 수 있다면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오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4년 40대 초반의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전쟁 찬반으로 분열됐던 미국 사회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냈고, 4년 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나 후보는 “조금이라도 불공정의 씨앗이 될 수 있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야권 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다만 나 후보는 연설 초점을 계파정치 비판에 두기보다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등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대구 5선인 주 후보는 “저에게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지켜 달라는 분들이 많다”며 지역 민심을 파고들었다. 주 후보는 “이곳에서 배출한 두 대통령은 기약 없이 감옥에 있고, 영남배제론 공격으로 보수 텃밭에서 15년째 당대표조차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전당대회 흥행을 일으켜줘서 고맙다”면서도 “딱 거기까지다. 그 바람이 간판을 떨어뜨리고 유리창을 깨면 대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대구 경북대에서 한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이 대중 강연에 나서는 것은 4월 비대위원장 퇴임 이후 처음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가 일반 여론조사에서 51%를 획득한 의미를 간단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구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해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한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는 36%를 얻어 나 후보(12%)와 주 후보(4%)를 크게 앞섰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