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아파트 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실질가격 기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받기 전 수준의 고점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시세에 어울리지 않은 기준을 근거로 집값 수준을 재단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은 2008년 5월 가격을 100으로 할 때 2013년 9월 79.6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2월 98.8을 지난 뒤 올해 5월 99.5까지 올랐다. 홍 부총리 발언은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에 다다른 만큼 실수요자들이 당장 주택을 매수하기보다 기다리는 게 좋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질가격이 현 주택 시세를 판단하는 데 적절한 통계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실질가격지수란 한국부동산원 등이 집계하는 아파트가격지수에 소비자물가지수 등을 반영해 계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민간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부동산은 일반적 물가 추이와 달리 주택시장 수급 상황이나 정부 규제 등에 의해 가격 변동이 좌우되다 보니 실질가격이란 지표를 자주 쓰지 않는데 왜 이를 언급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책연구소 관계자도 “실질가격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등 거시경제 변수와 비교하기 위한 지표일 뿐”이라며 “일반적으로 실질가격지수보다는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 등의 지표가 주택 가격의 현주소를 추론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KB국민은행이 PIR 집계를 시작한 2008년 12월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기준 3분위 가구 연 소득의 11.9배였지만, 올해 3월 기준으로는 17.8배로 뛰었다. 전체 5분위 가운데 중위 소득 가구가 서울의 중간 가격대 집을 사려면 2008년 12월에는 11.9년 동안의 월급을 모아야 했다면 올해 3월에는 17.8년으로 더 올랐다는 얘기다.
지금과는 부동산 정책이나 기준 금리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상황과 비교해 현재 주택시장을 전망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기준금리부터가 현재는 0.50%지만, 2008년에는 5.25%로 현재보다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영향이 약하다. 또 한국의 주택시장이 조정을 받기 직전인 당시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있는 현 시점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견해도 많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