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檢 인사 시간 더 필요”… 의견차 있었나

입력 2021-06-04 04:06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관련해 협의를 한 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내 주요 보직 인사와 관련해 의견차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과 박 장관은 3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15층에서 검사장급 검사 승진 전보 인사와 관련한 인사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뒤 김 총장은 검찰 간부 인사가 어떻게 정리됐는지 묻는 질문에 “나름대로 열심히 의견을 드리고 설명도 했지만 저로서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4일 인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는 “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박 장관은 인사안 조율과 관련해 “아주 충분히 자세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인사 논의에서 의견 충돌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내 주요 보직 인사 및 검찰 직제개편안과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 간 이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장의 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박 장관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법무부와 검찰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단행했던 대규모 좌천 인사로 갈등이 증폭됐었다. 김 총장은 조직 안정화를 위해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조직 내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들을 두루 중용해야 한다는 뜻을 건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번 인사는 사실상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 인사가 될 것”이라며 “총장으로서도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개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이날 협의에 앞서 “많은 이야기를 강력하게 이야기 하겠다”고 말했다.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풀이됐던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예정되지 않았던 만찬 회동으로 연결됐다. 오후 6시 30분 시작된 만찬은 9시를 넘겨 마무리됐다. 만찬으로 협의가 이어지면서 예정대로 4일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앞서 박 장관은 총장 의견 청취를 한 번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계획은 그렇게 돼 있다”고 했었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승진 여부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검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 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승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검사장을 비롯해 조 전 장관 수사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했던 검찰 인사들의 차기 행선지도 주목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