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명 중 54명… 부동산투기 ‘기소의견’ 중 공직자 고작 10%

입력 2021-06-04 00:02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3일 경기·인천 41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장의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 기자회견에서 공직자 재산 공개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529명(5월 31일 기준) 중 공직자는 54명(10.2%)에 불과했다. 공직자의 친인척이나 지인이 수사대상인 경우도 15명에 그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촉발돼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수사가 정작 공직사회의 잘못을 밝혀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일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부 정보를 활용한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3개월간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결과였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수사대상자만 28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사대상인 주요 공직자가 399명(국회의원 13명, 지자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원 55명, 국가공무원 85명, 지방공무원 176명, 기타공공기관 47명 등)이라고 집계했다. 34명을 구속하고 908억원의 재산을 몰수·추징 보전조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공직사회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읽히지만 실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공직자는 10%를 겨우 넘겼다. 검찰에 송치된 공직자 54명은 고위공직자 2명, 국가공무원 22명, 지자체장 1명, 지방공무원 15명, 지방의원 3명, LH 직원 5명, 기타 공공기관 6명이다.

혐의가 밝혀진 공직자가 적은 데도 불구하고 ‘수사대상’을 폭넓게 적어 정부가 ‘착시 효과’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실제 혐의가 밝혀진 송치 인원을 설명하기보다 전체적인 수사 규모에 방점을 찍었다. 더욱이 검찰에 송치된 인원 529명 중 내부 정보를 활용한 혐의로 송치된 인원은 17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355명은 기획부동산 등 혐의로 송치돼 당초 수사 내용과 거리가 있었다.

야당에서는 “LH를 비롯해 내부 정보에 접근 가능한 공직자들의 투기 행위에서 이번 조사가 비롯됐는데, 실제 수사 결과는 일반인들의 범죄만 밝혀낸 ‘속 빈 강정’ 수준”이라며 “보다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특수본은 “아직 중간 수사 결과 발표다. 끝까지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종 수사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예상된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선상에 이른 현역 국회의원이 모두 16명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논란에 휘둘릴 것을 우려해 국회의원 당적 등 기본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민일보 취재 결과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16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야당(무소속 포함) 소속 의원은 4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수사대상 국회의원의 대다수는 국민의힘과 시민단체가 고발·수사의뢰한 여당 소속 의원들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의원이 대거 무혐의로 밝혀질 경우 야당을 중심으로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국민의힘 소속 강기윤 의원과 정찬민 의원에 대해서는 강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정 의원의 경우 용인시장 재임 시절 부동산 인·허가권과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특수본 출범 이후 현직 국회의원으로는 첫 사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