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대체불가능토큰)’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도 NFT 거래소 운영에 뛰어들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창작물 거래량이 상당함에도 저작권 침해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무단 도용 등의 피해를 막을 안전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명 작가가 아닌 신진 작가일수록 NFT 저작권 분쟁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해외 거래소에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제 소송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해랑의 전홍규 변호사는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저작권 침해를 증명하기도 쉬운 사안”이라면서도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외국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소송까지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NFT 거래소에서 발생한 국내 저작권 피해 사례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NFT 거래 자체가 익숙지 않은 신기술에 기반하고 있고 관련 피해도 이제 막 보고되는 상황이다. 문체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지난 1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5개월간 인터폴 등과 국제 공조해 저작권 침해 사이트를 합동 단속한다고 밝혔지만 불법 복제 영상, 웹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NFT 상의) 저작권 침해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수의 해외 NFT 거래소들은 ‘탈중앙화’를 내세우며 ‘개인 간 거래’라는 점을 강조하며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무단 도용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당사자를 찾아내기 어렵고, 찾는다고 해도 거래소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국내 NFT 거래소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빗은 최근 국내 최초로 24시간 경매로 운영되는 NFT 거래소를 열었고, 업비트 거래소를 운영 중인 두나무는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과 NFT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빗은 유명 해외 NFT 거래소 ‘라리블(Rarible)’과 제휴를 맺고 이들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쓰는 점을 강조한다. 라리블에 올라온 NFT 관련 데이터를 코빗 홈페이지로 끌어와 국내 가입자들이 NFT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라리블은 저작권 시비가 발생하기 쉬운 탈중앙화 형태의 운영을 표방하는 거래소다.
코빗 관계자는 “무단 도용, 저작권 침해 문제 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초기 운영 단계인 만큼 명문화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리블의 API를 쓰고 있는 만큼 실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라리블과 논의해가며 풀어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 NFT 업계 관계자는 “‘P2P(온라인 개인 간 거래)’가 기본인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거래소에 관리 부실을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대로 된 피해 구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가 이뤄져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 일례로 라리블처럼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되는 ‘크로스(Cross)’에서 지난 1월 저작권 문제가 발생했다. 예술작가 그룹인 ‘BCA(BlockCreatArt)’는 당시 “크로스에 올라온 작품들 중 상당수가 무단 도용된 작품들”이라며 총 58개의 NFT를 거래소에서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크로스는 탈중앙화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각 개인이 올린 작품을 삭제할 권리가 없다고 응수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NFT 시장은 전혀 정립 자체가 안 돼 있는 질서 없는 시장”이라며 “거래소가 책임을 지고 저작권 관련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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