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퇴진’을 외치며 모여든 이스라엘 군소 정당들의 ‘좌우합작’이 곧 출범한다. 한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심복이자 수석 보좌관 출신인 나프탈리 베네트(49)가 네타냐후 퇴출의 선봉장이 되어 연립정부 구성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는 단 7석짜리 소수 극우정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며 차기 총리직을 예약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들은 2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장기집권 종식’을 기치로 삼은 8개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연정 구성 권한을 가지고 반네타냐후 블록을 주도한 원내 2당 ‘예시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연정 마감 구성 시한인 이날 자정을 약 35분을 남기고 레우빈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반네타냐후 블록은 이날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간 끝에 13개 정당 중 무려 8개의 정당 연합을 완성했고, 크네세트(의회) 전체 120석 중 61석을 확보해 가까스로 과반을 넘겼다.
베네트는 라피드로부터 순번제 우선 총리직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달 14일 내로 실시될 의회 신임 투표를 통과하면 2년간 차기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직후 이스라엘로 이주한 미국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베네트는 최정예 특수부대인 ‘사이렛매트칼’ 지휘관으로 복무하며 다수의 작전에 참여했다. 전역 후엔 미국으로 건너가 사기 방지 소프트웨어 기업 사이오타(Cyota)를 설립했고, 회사를 1억4500만 달러에 매각하면서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이스라엘로 돌아와서는 2006년부터 2년간 당시 야당 대표였던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11년에는 시오니즘 단체인 ‘마이 이스라엘’을, 이듬해에는 중도 우파를 중심으로 ‘이스라엘림’을 만들어 이끌기도 했다. 또 네타냐후가 주도한 우파 정부에서 경제, 종교, 디아스포라(재외동포) 담당 장관도 맡았다. 2015년 총선 이후에는 교육부 장관과 예루살렘 담당 장관도 지냈다. 하지만 2018년 네타냐후로부터 국방부 장관직을 거절당한 것을 계기로 네타냐후와 완전히 돌아섰다.
베네트는 본인 스스로도 “네타냐후 총리보다 더 오른쪽에 있다”고 공언할 정도로 극우 성향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법인 ‘이스라엘 안정화 구상’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반대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관련해선 네타냐후 총리의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반목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의 이념적 지향점이 워낙 다양해 정국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연정 내 극우 정당과 아랍계 정당이 갈등할 여지가 크다.
일각에선 베네트가 실제로 총리직을 수행하게 될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으로 12일 안에 진행될 신임 투표 전까지 네타냐후 총리의 방해 공작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반네타냐후 블록에 물과 기름 수준으로 정치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정당들이 섞여 있는 것을 이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우파 정당 의원들에게 연정 이탈을 설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