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노인
늦잠을 자는 노인은 없나? 열 시 열한 시까지 자는 노인
나는 그런 노인이 될 거다
치익- 열 시면 밥솥의 김이 빠지고 있겠지 그걸로 김밥을 말 거다
꽃을 싫어하는 노인은 없나? 돌만 좋아하는 노인
나는 그런 노인이 될 거다
예쁜 돌에 푸른 이끼가 있다면 락스로 박박 닦아 버려야지
줄무늬 책을 들고 다니는 노인은 없나? 레자에 지퍼를 단 성경책 말고
줄무늬로 된 책을 써야겠다 흰 선과 푸른 선에 손가락을 얹고
“좋아하는 책은 다섯 권씩 사지요”라며 씨익 웃기 위해
(후략)
-배수연 시집 ‘쥐와 굴’ 중
쥐가 바라보는 노인은 다 비슷비슷하고 좀 지루한 모양이다. 호기심 많고 도발적인 쥐의 말로 노인의 이미지를 경쾌하게 뒤집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