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접종률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접종자가 느는 것에 맞춰 백신 접종 완료 후 확진되는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s)’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방역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0시 기준 9건의 돌파 감염이 확인됐다. 같은 달 21일 0시 기준 4명에서 열흘 새 5건이 늘었다. 이는 당시 접종 완료자 214만3385명 대비 0.0004%에 해당되며 면역 형성 기간인 14일이 지난 사람(103만9559명) 중에서는 10만명당 0.87명꼴로 아직 낮은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9명 모두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연령별로는 70·80대 5명, 50대 2명, 20·30대 2명이다. 당국은 이들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 중인데, 앞서 확인된 4명은 변이 감염자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돌파 감염은 정해진 접종 횟수를 다 채우고 2주의 항체 형성 기간이 지난 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백신 접종자가 늘수록 돌파 감염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철저한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
이근화 한양대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돌파 감염의 경우 무증상이 많고 중증도와 감염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며 “경우에 따라 면역효과를 강화·지속하기 위해 한 번 더 백신을 접종하는 ‘부스터샷’에 대한 검토와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파 감염 원인으로는 백신의 불완전성, 면역효과(항체) 지속의 한계, 개인 면역 반응 차이, 변이 바이러스 등이 꼽힌다. 현재 국내외 접종 코로나19 백신은 효과가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100% 방어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임상시험(3상)을 통해 확인된 예방효과는 화이자 95%, 모더나 94%, 아스트라제네카 62~90%(평균 70%), 얀센 66% 등이다. 면역효과 지속도 일부 백신은 6개월~1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 접종 후 면역반응이 개인별로 다른 점도 돌파 감염에 영향을 준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기존 백신을 회피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돌파 감염이다. 몇몇 연구를 통해 일부 백신은 남아공이나 인도 변이 등에 예방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2차 접종까지 마친 18세 이상 미국인 1억100만명 가운데 1만262건(0.01%)의 돌파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유전체 분석이 이뤄진 555명의 64%(356명)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55.8%(199명)는 영국 변이, 24.7%(88명)는 캘리포니아 변이(B.1.429), 7.9%(28명)는 또 다른 캘리포니아 변이(B.1.427), 7.9%(28명)는 브라질 변이(P.1), 3.7%(13명)는 남아공 변이(B.1.351)로 파악됐다. CDC는 “돌파 감염은 인구에 충분한 집단면역이 이뤄져 더 이상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될 때까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전염력이 센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 돌파 감염이 많아질 수 있다. 그전에 최대한 효과 좋은 백신으로 접종을 빨리, 많이 진행해서 집단면역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4월 25일~5월 1일 사이 14.8%에서 최근 2주간(5월 23~29일 33.1%, 5월 16~22일 35.6%) 30%대로 껑충 뛰었다. 주요 변이 4종(영국·남아공·브라질·인도)에서 영국 변이가 가장 많이 검출되는데, 조만간 우세종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돌파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 유전체 분석을 통해 어떤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항체 정도가 떨어져서인지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캘리포니아 변이 등 역학적 위험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기타 변이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파 감염의 발생 추이는 부스터샷 접종과도 연계된다. 이 교수는 “향후 면역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에 기존 백신을 한 번 더(3차 접종) 맞든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해 개발한 ‘개량 백신’을 추가 접종하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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