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 조력발전소에 해수열 냉난방 실증시스템과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구축이 완료된다. 태양광·풍력·연료전지·수소실증센터·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모두 갖춘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특히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올해 환경의 날 기념식 장소로 낙점되면서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전초기지로 인정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환경부는 4일 오후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있는 경기도 안산 시화나래조력공원에서 제26회 환경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1972년에 유엔이 6월 5일을 환경의 날로 처음 지정했으며 한국 정부는 1996년부터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환경의 날 주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탄소중립 실현’이다.
환경의 날 기념식이 시화호 조력발전소에서 열리는 것은 탄소중립 이행에 필요한 여러 요소가 탄탄하게 갖춰졌기 때문이다. 축구장 12배 크기(13만8000㎡)의 조력발전소에는 25.4㎿ 발전기 총 10대(254㎿)가 설치돼 연간 552GWh 전기를 생산한다. 시흥시 인구(약 50만명) 전체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간 86만2000배럴 유류를 대체한다. 31만5000t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도 있는데 이는 30년생 잣나무 5000만 그루가 흡수하는 양이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는 밀물 때 수차발전기로 유입된 물의 힘으로 수차를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썰물 때는 바닷물을 서해로 방류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바닷속에서 전기를 생산해 먼지 한 톨도 배출하지 않는다. 발전소 주변에는 이미 태양광·풍력·연료전지·해상태양광 실증단지·ESS 등이 구축됐고 한국수자원공사와 안산시가 공동으로 수소실증센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주인호 시화조력관리단장은 “시화호가 가진 무한 에너지 자원을 이용해 334㎿ 용량의 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 에너지 클러스터로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4차산업혁명기술을 집약하는 등 디지털 뉴딜 정책에도 부합한다. 2018년에 개발된 조력발전 운영프로그램(K-TOP)은 시시각각 변하는 밀물과 썰물의 크기를 고려해 최대로 발전할 수 있는 발전 스케줄을 제공하고 1년 이상의 중장기 조력발전량을 예측한다. 해수위 크기 예측 알고리즘을 탑재한 ‘시간 자동수문 AI’ 기술은 자동으로 수문을 열고 물을 배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내에 개발이 완료되는 ‘조력발전 운영전략 AI’는 과거 운전자료를 분석하고 그 패턴을 분류해 최대 발전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의 수질 개선에는 발전소 해수유통 역할이 컸다. 수문·수차를 통해 매일 바닷물이 1억4600만t 오가면서 수질이 금세 깨끗해진 것이다. 수생태계 복원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저서생물(바다나 하천 등 밑바닥에 사는 생물) 출현종은 2000년 77종에서 2015년 236종으로 206% 급증했고 같은 기간 조류는 80종에서 143종으로 79% 늘었다. 환경 전문가들은 새만금호에 시화호 모델을 확대 적용할 경우 새만금 호내 수질을 외해 수준으로 회복하고 어류·조개류 등 서식환경과 갯벌 해양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된 그린에너지를 활용해 그린뉴딜과 신산업 중심지로서의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