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겠다.”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3연전을 앞두고 국가대표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손흥민은 3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원격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시즌 뒤엔 지치는 게 당연하지만, 나라를 위해 국내 팬분들 앞에서 경기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라며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월드컵 2차 예선 H조 투르크메니스탄과 4차전을 앞두고 있다. 이후엔 스리랑카전(9일) 레바논전(13일)을 차례로 치르고 최종예선 진출 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
이번 2차 예선 경기는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를 거듭했다. 그 와중에 북한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불참을 결정하면서 일정이 또다시 꼬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결국 북한이 치른 모든 경기를 무효로 돌렸다. 이에 한국(승점 7·골득실+10)은 레바논(승점7·골득실+4) 투르크메니스탄(승점 6) 스리랑카(승점 0)에 앞선 1위에 오른 상태다.
지난해 11월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설렘을 드러냈다. 투르크전은 손흥민의 A매치 90번째 경기다. 손흥민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느라 피곤할 때도 있지만, 대표팀 경기는 항상 설레기에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다”며 “90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100경기를 채울 수 있었을 텐데 지난해 10경기를 도둑맞은 것 같아서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2차 예선에서 상대할 세 팀 모두 한국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여겨진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만심을 경계했다. 그는 “축구에서 약한 팀은 없고, 경기를 뛰기 전까지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어떤 경기든 최선을 다해 이기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승리의 최전선에서 손흥민과 발맞출 공격수론 황의조(보르도)와 김신욱(상하이 선화)이 거론된다. 두 선수와 호흡에 대해 손흥민은 “(황)의조 선수는 침투와 마무리능력이 장점이고 (김)신욱이 형은 중앙에서 버텨주고 상대 수비수 시선을 끌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둘 다 장점을 갖고 있고 어릴 때부터 함께 플레이해 호흡에선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토트넘에서 총 22골 17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대표팀에선 2019년 스리랑카전 2골 이후 5경기 동안 득점이 없다. 골 욕심이 있을 법하지만, 손흥민은 팀플레이를 더 강조했다. 그는 “축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골 욕심보단 팀이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이 크다”며 “어떻게 하면 다른 선수들을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에도 신경 쓴다. 각종 훈련 영상들에선 밝게 웃는 손흥민의 모습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9세 정상빈(수원) 등 어린 선수들에겐 길잡이가 돼준다. 손흥민은 “(정)상빈이가 쫄래쫄래 와서는 말도 못 하고 있어 귀여웠고, 10년 전 막내일 때 (김)신욱이 형과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며 “어린 선수들이 당돌하게 좋아하는 플레이를 하는 걸 칭찬하고 싶고, 그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라 함께 훈련하면서 잘 챙겨주고 도와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앞으로 3경기 동안 축구팬들이 웃을 수 있는, 행복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