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해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안(사진)이 강도 혐의를 벗게 됐다.
미국의소리(VOA)는 2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이 지난달 25일 재개된 스페인 인도 심리 이후 이런 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스페인 송환 관련 심리를 한 뒤 ‘폭력과 위협을 수반한 강도’ 혐의를 기각하고 이를 이유로 신병을 인도해 달라는 미국 검찰의 요청을 거부했다.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이윤을 목적으로 재산을 취했다는 어떤 증거도 미국 검찰에 의해 제시되지 않았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주거침입, 불법감금, 협박, 폭력과 위협을 수반한 강도, 상해, 조직범죄 등 6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가장 중범죄로 분류되던 강도 혐의에서 벗어나면서 대부분 1년 이하의 형이 가벼운 혐의만 남게 됐다.
스페인 송환과 관련해선 크리스토퍼 안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 인도적 예외 조항이 있는지, 이번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과 관련한 북한 외교관들의 진술에 대해선 증거 능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북한 외교관들의 진술에 대해 “강압의 산물이기 때문에 적법 증거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은 사건 당시 북한대사관 소속의 한 여성이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스페인 현지 경찰에 신고한 내용에 대해선 다른 북한 외교관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흥분된 상태의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그가 2019년 2월 북한대사관에 진입한 ‘자유조선’ 소속 용의자 7명 중 한 명이라며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미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스페인에 신병을 넘길 것을 사법부에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안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대사관 습격 사건은 북한 외교관의 요청에 따라 망명을 돕기 위한 ‘위장 납치극’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국민일보 4월 28일자 12면 참조).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