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소속 여군 이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건과 관련해 이 중사에 대한 회유와 압박은 물론 사건 자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관련 수사도 회유·압박과 함께 공군본부나 군 수사당국 차원의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군에 따르면 공군은 이 중사 사망 사흘 뒤인 지난달 25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를 ‘단순 변사’로 보고했다. 성추행 피해 사실을 누락시킨 것이다. 이 중사가 성추행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내용의 동영상까지 남겼는데도 이를 빠뜨린 건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국방부가 피해자 사망 열흘 뒤인 지난달 31일 뉴스로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니 영(令)이 무너져도 이렇게까지 무너진 군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군 수사당국의 사건 처리는 총체적 부실 그 자체였다. 군경찰은 성추행 이틀 뒤인 지난 3월 5일 피해자 조사를 했지만 정작 가해자 조사는 열흘 뒤에 이뤄졌다. 그사이 이 중사는 성추행이 발생한 차량 내 블랙박스도 직접 확보해 군경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군경찰은 또 증거인멸이 우려되는데도 지난달 31일에야 가해자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의도적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허술하게 조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국방부가 뒤늦게 민간인을 포함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재수사하겠다고 했지만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대장 소속으로 된 군경찰을 지휘 계통에서 분리하는 걸 적극 검토해봐야 한다. 또 군검찰, 군법원 등 군사법체계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유족들이 3일 이 중사가 생전에 다른 상관들에 의해 두 차례 더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는데 한 사람이 이렇게 여러 번 피해를 입었다면 성범죄에 취약한 군 내부의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군내 성범죄 실태를 파악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사설] 공군 수뇌부도 성범죄 은폐 및 부실수사 공범 아닌가
입력 2021-06-04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