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익 늘었지만 ‘좀비 기업’ 급증… 양극화 더 커졌다

입력 2021-06-04 04:02

지난해 코로나19 굴곡을 지나며 기업 전반 수익성은 좋아졌으나 한해 수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 기업’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업종별로 불균형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0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2만5871개 가운데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이 34.5%를 기록했다. 전년(31.0%)보다 3.5% 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2013년 해당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100%에도 미치지 못하면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채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이자보상비율이 500%를 넘는 기업 비중도 같은 기간 40.9%에서 41.1%로 늘어나 수익 양극화 현상이 관측됐다.

전체적인 기업 수익성은 개선됐다. 기업 매출액영업익률은 4.8%에서 5.1%로 늘어났고,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4.1%에서 4.3%로 상승했다. 업종별 매출액영업이익률을 보면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장비(6.1→9.0%),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7.2→12.6%) 상승세에 힘입어 4.7%에서 4.9%로 올랐다. 각각 반도체·컴퓨터 수출 및 코로나19 관련 진단검사 장비 수출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반면 기업 성장성은 전년에 이어 더욱 악화됐다. 성장성 지표인 기업 매출은 전년보다 평균 3.2% 감소해 2년 연속 역성장했다. 감소폭 역시 2013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3.6%)이 비제조업(-2.6%)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4.3%) 피해가 컸던 반면 중소기업(0.8%)은 매출이 다소 확대됐다. 제조업은 유가 하락 탓에 석유정제(-34.3%), 화학제품(-10.2%) 매출이 줄었고, 코로나19 직격탄으로 항공사 여객·화물수송 감소로 운수창고업(-8.3%)도 피해를 입었다. 반면 전기·영상·통신장비(7.5%), 의료용 물질·의약품(18.3%) 업종이 큰 폭 성장해 하락분을 다소 상쇄했다.

총자산 증가율도 평균 4.9%로 지난해(5.0%)보다 하락했다. 제조업이 전자·영상·통신장비 등을 중심으로 3.2%에서 4.8%로 상승했지만 비제조업은 전반적인 실적 부진 속에 7.0%에서 5.0%로 내려앉았다.

기업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97.4%로 전년(97.6%)와 대동소이했다. 제조업은 63.8%에서 65.5%로 상승했지만 비제조업은 150.5%에서 146.0%로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의 경우 석유정제업종의 수익성 악화, 전자·영상·통신장비의 신규투자에 기인해 부채비율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부채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27.0에서 28.7%로 확대됐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