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분단 이후 최초 민간 교류 성사, 주님 인도로 행사비 등 마련할 수 있어”

입력 2021-06-04 03:05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민간교류의 빗장을 열었던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 30주년을 맞아 여성평화통일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민화협 여성위원회, 여성평화외교포럼, 한국YWCA연합회 등 여성단체 10곳은 2일 서울 마포구에서 ‘남북여성교류 30년:돌아봄&내다봄’ 간담회를 열었다(사진).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는 1991~93년 4회에 걸쳐 열렸던 최초의 남북 민간교류 행사다. 당시 남측 위원으로 행사를 진행했던 이미경 전 코이카 이사장, 윤영애 전 교회여성연합회 총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이 전 이사장은 “6월항쟁 이후 평화 분위기 속에서 노동·여성·종교 각 분야가 북쪽에 교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여성계에서 국제 포럼 형식으로 행사를 제안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우정 전 의원과 일본의 사회당 참의원이었던 시미즈 스미코 의원이 노력해 분단 이후 최초로 교류가 성사됐다”고 회상했다.

윤 전 총무는 2차 서울토론회 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겪었던 일화를 공유했다. 당시 행사비, 영접비 등으로 일주일 내 7000만원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게 옳은 방향이라면 주님께서 도와주실 거라 믿어서 겁은 안 났다”며 “아니나 다를까 참석자들의 기부금이 9000만원을 넘겼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여성평화운동의 의미와 향후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여성이 평화운동의 주축이 돼야 하는 이유를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성 등에서 찾아선 안 된다”며 “여성이 통일 과정에서 한 주체로 참여해야만 다가오는 통일 사회가 성평등의 성격을 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