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용구 법무차관, 증거인멸과 허위진술 회유까지 드러나

입력 2021-06-04 04:04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둘러싼 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드러난 폭행 모습을 보면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지만, 욕설하고 다짜고짜 목을 조르는 등 동네 깡패나 다를 바 없다. 사건 처리 과정은 더 지저분하다. 당시 변호사 신분이어서 그런지 증거인멸과 회유 의혹 등 치밀하게 사건 무마를 시도한 정황이 나타났다.

이 차관은 3일 입장문에서 피해 택시 기사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은 피해회복을 받은 피해자와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가해자 사이에 간혹 있는 일”이라고 했다. 택시 기사가 이 차관의 거짓 진술 제안을 공개하자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운전 중인 상황에서 기사를 폭행했을 경우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피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 차관은 피해 택시 기사에게 1000만원을 주고 합의했으며,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 달라는 제안도 했다. 이 차관이 합의금의 경우 블랙박스 영상 삭제 조건과 관계없이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신뢰성은 떨어진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법무부 차관에 발탁됐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11월 6일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도 안 된 12월 2일 차관에 임명됐으니,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은 줄곧 ‘봐주기’ 수사로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택시 기사가 폭행 장면이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는데도 담당 수사관은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피해자가 불처벌 의사를 밝혔다며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이후 언론 보도 등으로 의혹이 확산될 때는 블랙박스에 녹화가 안 돼 있다며 버젓이 거짓말을 했다.

이 차관이 사의를 표명한 뒤에야 뒤늦게 경찰은 본격 조사를 벌였다. 이 차관은 어제 사표가 수리됐다. 경찰은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까지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은 조만간 이 차관을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샅샅이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