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노리던 서학개미들, 안정형 ETF 담기 시작했다

입력 2021-06-04 04:06

‘한탕 대박’을 노리고 미국 주식시장으로 건너간 개인 투자자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다. 자본 버블이 한순간에 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고위험·고수익’ 종목을 뒤로하고 안정성 높은 상장지수펀드(ETF)로 갈아타는 모양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자료를 보면 이같은 변화는 올 2분기부터 관찰된다. 지난해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서학 개미들 사이 인기를 모았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의 ARK이노베이션(ARKK) ETF는 1분기까지만 해도 월평균 매수 결제액이 2억3840만 달러(약 2652억원)에 달했지만 4월 5826만 달러에 이어 5월에는 3592만 달러로 급감했다. 이달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1~3일 통계에서는 405만 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며 아예 집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전통적인 ETF인 INVESCO QQQ S1(QQQ)과 SPDR S&P500(SPY)은 2분기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QQQ와 SPY는 각각 나스닥 100과 S&P500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펀더멘털이 탄탄한 우량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만큼 위험성이 작다고 평가받는다.

3월까지만 해도 매수액에서 ARKK에 밀리던 이들 펀드는 4월부터 역전에 성공, 2배 이상의 매수액을 기록 중이다. 서학 개미들이 4~5월 사들인 ARKK는 9419만 달러에 그친 반면 QQQ는 2억3052만 달러, SPY는 2억5118만 달러에 달했다. 이달 1~3일에도 각각 455만 달러, 504만 달러의 매수세를 올리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서학 개미들의 눈길이 안정성 높은 상품으로 옮겨간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형성돼온 ‘자산 버블’이 곧 터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주도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줄이고 있다”면서 “코로나19라는 ‘빅 이벤트’가 종료될 조짐이 보이는 만큼 개미들도 우량주 장기투자라는 정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