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중앙노동위원회가 2일 판정했다.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첫 판정이다. 택배업계는 물론이고 비슷한 원·하청 구조로 얽힌 산업 현장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 택배 시스템은 택배 물류회사들이 대리점과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리점들이 택배 기사와 개별 계약을 맺어 화물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와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아니라는 입장이고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 기사의 근무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맞섰는데 중노위는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정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는지를 기준으로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사용자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 같은 이유로 택배노조의 구제 신청을 각하한 지난해 1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 동일한 취지의 사건에 대한 3년 전 중노위의 판정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중노위는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취지에서 CJ대한통운이 서브터미널 작업 환경 개선 등 택배노조가 제시한 6개 의제에 대해 단독 또는 대리점과 중첩으로 성실하게 교섭해야 한다고 했다.
중노위는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준사법적인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판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 CJ대한통운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 단체들은 “유사한 취지의 교섭 요구 폭증 등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방문판매원 등 다른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들이나 원·하청 등 간접 고용이 널리 자리 잡은 제조업종에서도 하청 기업 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노사 관계와 원·하청 시스템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한다. 중노위가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확대하는 해석을 내놨지만 최종 결정권은 법원이 쥐고 있다. 법원은 소송이 제기되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하루빨리 혼선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사설] 판례와 달리 원청기업이 하청노조와 교섭하라는 중노위
입력 2021-06-0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