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론 힘받나… 文 대통령 “국민도 공감하는 분 많다”

입력 2021-06-03 04:01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4대 그룹 대표와 함께 오찬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4대 그룹의 기여가 컸다”고 평가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와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를 받고 “고충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다”고 일축했지만 지난달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선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들어 판단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과 관련해 과거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광복절에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이 이뤄질지 벌써부터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고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국민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은 경제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대한상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creative thinking)를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며 “경제5단체장이 건의한 내용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4월 청와대에 제출한 이 부회장 사면 건의를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김 부회장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비공개를 요청한 다른 총수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총수들은 사면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의견을 듣고 최 회장에게 ‘경제5단체장이 건의한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나’라고 확인했고, 최 회장은 “이 부회장의 사면을 뜻한다”고 답했다. 오찬 회동에서 사면이란 단어는 단 한 번 나왔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400억 달러(약 44조원)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기업들을 언급하며 “덕분에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했다.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90분간 이어진 오찬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함께 먹었던 ‘크랩 케이크’가 올랐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