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조국 사태’와 관련해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에 앞서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함께 촉구했다.
송 대표는 국회에서 가진 ‘민심경청 프로젝트’ 결과 보고회에서 “법률적 문제와 별개로 자녀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좋은 지위와 인맥으로 서로 인턴을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을 쌓아주는 것은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2019년 당시 이해찬 대표에 이어 두 번째다.
송 대표는 그러나 사문서 위조 등 조 전 장관 일가의 각종 혐의에는 “재판이 진행 중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석열 전 총장 가족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 전 장관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이 검찰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해 융단폭격을 해온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조국 사태에 사과하면서 재판 중인 혐의와 자녀 입시 문제를 분리한 것, 윤 전 총장을 거론하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한 것은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6월부터 대선 국면이 시작되는 만큼 대선 후보들이 짊어져야 할 짐을 본인이 직접 매듭을 짓고 대선 국면을 맞이하겠다는 것이 송 대표의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 강성 친문인 김용민 최고위원은 송 대표 기자회견에 앞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사과할 부분은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한정 의원도 “내가 아는 인간 조국은 파렴치한 근처에도 못 간다”며 “당까지 나서 부관참시도 아니고 밟고 또 밟아야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송 대표 사퇴와 탄핵을 요구하는 글이 하루 종일 올라왔다.
조 전 장관은 송 대표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송 대표의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민생·검찰·언론 등 개혁작업에 매진해주길 바란다. 저를 밟고 전진하라”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영혼 없는 사과’라고 날을 세웠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송 대표의 사과에는 영혼이 없었다”고 직격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송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면피를 위한 사과인 줄 알았더니 협박을 위한 사과였던 것이냐”고 반문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조건부 옵션이 달린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차라리 조 전 장관에게 ‘자중하라’는 한마디가 먼저였다면,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송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4·7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 사건에 대해 “당대표로서 공식적으로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된 부자 감세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의 미흡함으로 인해 집값이 올랐고, 서울에 아파트 가진 시민 25%가 종부세 부과 대상으로 100만명이 넘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를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이가현 강보현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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