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피하고 ‘기본소득’은 정면돌파… 이재명, 정책몰이

입력 2021-06-03 00:03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포럼 창립총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여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에 직접 참여해 외부 공격에 적극 반박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조국의 시간’ 출간 이후 불거진 당내 분란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논쟁의 중심을 정책의 영역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뿐만 아니라 당 밖의 인물들과 설전을 벌이면서도 당내 다른 경쟁자들을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이 지사는 2일 페이스북에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언론 기고문을 언급하며 “당보에 쓴 정치인의 글이 아니고, 언론에 쓴 학자의 기고문인데 ‘조삼모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시는 게 조금 지나쳐 보인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기고문에서 이 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본소득 vs 안심소득’ 공방을 두고 “이 지사는 기본소득처럼 가성비 낮은 현금성 복지가 진보의 대안일 수 있는지 숙고해 봐야 한다”며 “기본소득은 부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이 지사의 발언은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비판했었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은 오 시장이 ‘안심소득’ 정책을 추진하고 나선 직후부터 잦아졌다. 이 지사는 지난달 말부터 페이스북상에서 오 시장과의 논쟁을 통해 안심소득의 재원 마련 문제 등을 지적하는 동시에 기본소득 도입 구상과 효과 등을 설명했다.

그전까지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이 기본소득 정책을 비판할 때까지만 해도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오 시장과의 정책논쟁을 통해 간접적으로 당내 경쟁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최근 들어 기본소득에 대한 공격이 워낙 많아지고, 오 시장의 정책이 보편복지인 기본소득과는 다른 선별복지를 지향하는 만큼 그와의 논쟁을 통해 정책의 선명성을 드러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정 전 총리를 돕는 것으로 알려진 이 교수와의 이날 공방을 통해 지난달 30일 기본소득을 저격한 정 전 총리와 각을 세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쟁의 장을 정책공약 이슈로 끌어오면서 ‘조국의 시간’ 논란을 피해가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 지사는 책 이슈가 불거진 이후 관련 메시지를 일절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책논쟁을 벌이며 ‘1등 행정가’로서의 이미지를 강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는 이날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국회토론회를 통해 ‘기본 시리즈’ 중 하나인 기본금융 띄우기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진자 접촉 후 능동감시 중인 이유로 토론회에 불참한 이 지사는 서면 환영사에서 “기본계좌를 누구나 개설해 필요한 때 1000만원 범위에서 압류 불가능한 저금리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하게 하면서 1000만원 범위에서 1%대 재형저축을 허용하는 것이 기본금융 구상”이라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