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사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는 대가로 건넸다는 합의금 액수가 1000만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차관(사건 당시 변호사)은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이틀 후인 지난해 11월 8일 A씨를 찾아가 사과하며 “폭행 영상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의금의 액수는 1000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의 요구에 A씨는 “지울 필요가 있나. (경찰에) 안 보여주면 된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씨 역시 이 차관의 증거인멸 요구에 응했다는 점에서 공범 혐의가 있다고 보고 형사 입건한 상태다.
A씨는 이날 SBS와의 인터뷰에서 “폭행 사건 이틀 후 첫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 이 차관이 전화를 걸어 ‘기사님이 내려 차 뒷문을 연 뒤 날 깨우는 과정에서 내가 멱살을 잡은 걸로 하면 안 되겠냐’고 했다”고 주장했다.
함께 공개된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이 차관이 하차하는 과정에서 A씨의 목을 조르고 욕설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할 경우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은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상태서 벌어진 폭행도 특가법 적용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A씨가 “차 밖으로 내려 뒷문을 연 상황”이라고 진술했다면 택시는 완전히 정지된 상태가 된다. 이 차관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를 피하기 위해 A씨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