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가가 9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면서 인플레이션 본격화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기저효과 영향이 큰 만큼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잉 유동성, 소비 회복세 등으로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며 2012년 4월(2.6%) 이후 9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2.3%)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이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1.5% 올라 2017년 9월(1.6%)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12.1%)과 공업제품(3.1%)이 물가상승률을 이끌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따른 농축수산물의 가격 오름세가 지속됐고 석유류 가격도 지난해 급락했던 기저효과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파(130.5%) 마늘(53.0%) 달걀(45.4%) 등이 크게 올랐고, 공업제품 중에서는 휘발유(23.0%) 경유(25.7%) 등 석유류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서비스물가는 전년보다 1.5% 높아졌다. 특히 개인서비스는 2019년 2월(2.5%) 이후 가장 높은 2.5% 상승률을 보였다. 운영비, 재료비 인상 등으로 전월(2.2%)보다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집세는 1년 전보다 1.3% 오르며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가 2%대로 오르면서 경제계에서 인플레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단기적 현상이라며 본격 인플레 발생 가능성을 일축했다. 어 심의관은 “석유류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완화될 것이고, 농축수산물도 햇상품 출하 및 AI 발생의 부정적 영향이 줄어들면서 오름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2분기에 상승률이 2%를 웃돌고 하반기에는 2% 안팎으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까지는 한은 전망 경로와 같은 흐름”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선 “최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고,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닥쳐올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과거 총통화 증가율이 올라오고 나서 1년반 정도 뒤에 심각한 물가 위기가 닥쳤다”며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백신 접종이 끝난 뒤 소비가 회복되면서 수요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강준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