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조사실로 가는 도중에 페이스 아이디(안면 인식)로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사용하지 않았느냐.”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정진웅 차장검사의 재판에서 정 차장검사의 변호인은 증인석에 앉은 한동훈 검사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질문엔 당시 수사팀이 검찰에 출석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사용 모습을 CCTV를 통해 확인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압수수색 당시 정 차장검사가 “원래 페이스 아이디를 사용하지 않으시냐”고 말한 것 역시 CCTV 확인과 연결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에 출석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열람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사 목적과 관계없는 개인정보 수집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던 김정식씨도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 패턴을 푸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일 “검찰 청사 CCTV는 청사에 드나드는 사람을 감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보안을 위해 설치된 것”이라며 “만약 영장 없이 CCTV 열람이 가능하다면 검찰에 드나드는 민원인과 변호사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과 함께 있는 사건 관계인의 모습을 검찰이 확인했다는 점에서 방어권 침해 우려도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법적인 문제까지는 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런 개인정보를 획득할 때는 영장을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CTV 관리·소유 주체가 중앙지검이기 때문에 임의제출이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장면이 동의 없이 찍혔다고 주장해도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와 상황이 유사한 판례는 드물지만 그동안 법원은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CCTV 열람은 위법이라고 판단해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물 훼손이나 층간소음 문제 등으로 당사자 동의 없이 관리사무소에서 CCTV를 열람한 경우 대부분 유죄가 선고됐다.
다만 최근 감찰·징계 목적으로 당사자 동의 없이 CCTV를 열람하는 건 적법하다는 판례가 나오기도 했다. 비위 첩보 확인을 위해 영상을 제출받아 열람한 건 적법한 행위라는 판단에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감찰 목적의 CCTV 영상 활용을 정당화한 판결”이라며 비판했다.
임주언 박성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