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일 ‘조국 사태’에 대해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공식 사과했다. 또 4·7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 비위 사건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과는 지난 1주일간 진행한 민심 탐방의 결과물이다. 국민들이 조국 사태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문제와 관련해 여당이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책한 데 따른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옹호하는 당내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 대표가 사과 결단을 내린 것은 평가할 만하다. 여당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은 금기나 마찬가지였고 비판을 하면 ‘문자 테러’ 대상이 되곤 했다. 역시나 강경파는 사과 직후 ‘송영길 탄핵’을 주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송 대표가 기왕 사과를 하는 것이면 더 깔끔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는 사과의 초점을 조 전 장관 자녀 입시 비리에 맞췄고 다른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또 최근 나온 조 전 장관 회고록을 ‘언론·검찰에 대한 반론 요지서’라고 옹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 관련 의혹도 조 전 장관 가족이 당한 것처럼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사과를 한 것 자체는 잘한 일이지만, 괜한 말들을 덧붙여 의미를 반감시킨 꼴이 됐다. 강경파 눈치를 보느라고 그랬을 것이다.
송 대표가 앞으로는 강경파와 부딪히더라도 국민 전체를 보고 뚝심 있게 당을 이끌어가야 한다. 지도부 내에 강경파 인사들이 여럿 포진돼 있어 쉽지는 않을 테지만, 민심을 나침반으로 삼으면 국민이 응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송 대표가 지금을 ‘민생의 시간’으로 규정하고 당분간 민생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당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눈길이 간다. 백신 확보를 통한 집단면역 조기 달성, 부동산 시장 안정, 경기 활성화에 우선적으로 매진하겠다고 했는데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내로남불을 극복하고 언행일치를 보여주는 여당을 만들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실천이다. 송 대표가 이날 약속한 것들을 빠짐없이 실천해 근시일내 여당이 진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설] 송영길의 선택적 사과… 더 이상 강경파 눈치보지 말아야
입력 2021-06-0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