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주장 日의 노림수… 성화, ‘다케시마 자료실’ 지나갔다

입력 2021-06-03 04:07
도쿄올림픽 성화 주자(왼쪽)가 지난달 16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선동 문서들을 전시한 시마네현청 ‘다케시마 자료실’ 간판(빨간 원) 앞을 지나가면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제공

도쿄올림픽 성화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선동하는 시마네현청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자료실’ 앞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올림픽을 악용한 일본의 독도 도발이 온라인상에서 현실 공간으로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일본의 항의를 받아들여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삭제하도록 개입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반발을 외면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일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 주자들이 지난달 16일 시마네현청 ‘다케시마 자료실’과 오키섬을 지나갔다”며 “독도 왜곡 전시장과 같은 두 곳을 성화 봉송 릴레이 노선에 포함한 것은 독도가 자국 영토인 것처럼 거짓 홍보하려는 일본의 의도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성화는 지난 3월 25일 후쿠시마현 J빌리지 국가훈련센터에서 출발해 올림픽 개막일인 오는 7월 23일 주경기장인 도쿄 국립경기장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일본 전역을 순회하고 있다. 그 과정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와 IOC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디지털 영상으로도 저장돼 언제든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서 재생할 수 있다.

성화는 지난달 15~16일 릴레이의 24번째 거점으로 시마네현을 거쳐 갔다. 이 과정에서 ‘다케시마 자료실’ 앞을 지나간 장면이 중계방송 화면에 포착됐다. 이 시설은 매년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곳이다. 성화는 같은 날 시마네현 북쪽 해상에 위치한 오키섬도 순회했다. 오키섬은 일본 영토 중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회를 연기하기 전부터 성화 봉송 릴레이 노선에 독도를 희미하게 표시한 지도를 공개해왔다. 오키섬 북서쪽에 작은 점을 찍어 독도를 자국 영토처럼 표시했다. 2019년 한국의 항의를 받고 지도를 수정해 독도 위치에 찍은 점을 흐릿하게 바꿨다. 하지만 해상도를 높이면 독도 위치에 있는 점이 드러난다. 성화 지도는 향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도쿄올림픽 사료로 남을 수 있다.

서 교수는 “성화 주자가 ‘다케시마 자료실’을 지나간 것은 지도를 왜곡하는 식으로 온라인상에서만 전개됐던 일본의 독도 도발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 앞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림픽을 연기하기 전인 지난해 1월 도쿄도 내 번화가인 긴자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토 주권 전시관’을 설치했다. 해외 관광객의 일본 방문이 가능할 때였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성화 봉송 과정에서 독도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올림픽 헌장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4일 올림픽 조직위에 성화 지도의 독도 표시에 대한 항의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지난 1일 IOC에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이날 “IOC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선수단복 한반도기 패치, 같은 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북단일팀의 한반도기에 각각 독도를 그려 넣지 않았다. 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권고를 따른 조치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