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의 ‘호주 포위 전략’… 한국의 선택은?

입력 2021-06-03 18:40

미·중 경쟁 속에서 호주는 미국의 편에 서 있다. 그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혹독한 무역보복을 당하고 있다. 호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호주는 중국의 속국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친중 국가였다.

2018년 출간된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찰스스터트대학 교수의 ‘사일런트 인베이젼’(Silent Invasion)은 호주의 대중국 정책 전환에 영향을 미친 책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은 이 책이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출간됐다.

“이제부터 호주가 주권을 빼앗기는 과정을 설명하고 문서로 증명할 것이다.”

저자는 세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경제를 앞세워 호주라는 한 국가를 어떻게 포섭해 가는지 상세하게 그려낸다. 중국계 사업가들이 정당과 언론사, 대학, 연구소 등에 막대한 자금을 뿌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들을 전방위적으로 살핀다. 중국 기업들은 전력망, 항구, 공항 등 호주의 중요 자산을 흡수해 나간다. 중국평화통일호주추진회 같은 민간조직들, 친중 매체들, 애국심 넘치는 유학생들이 호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중국에 비판적인 이들을 위협한다.

저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개된 이 과정을 중국의 호주 포위 전략으로 설명하면서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어판 서문에는 “베이징이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전략 목표는 대미 동맹 해체이며, 중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노리는 주요 국가가 호주와 일본, 한국”이라고 썼다.

저자는 호주가 주권과 민주주의를 중국에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면서 “호주가 중국만이 경제적 번영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며 베이징의 괴롭힘에 맞서길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음모론으로 읽힐 수 있다.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저자는 중국과 중공을 분리해서 보자고 항변한다. 중국을 사랑하되 중국 정부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미·중 갈등 속에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점에서 호주와 비슷한 처지다. 저자는 “호주 정부는 베이징의 괴롭힘에 맞섰지만, 한국의 정치 지도층은 지레 겁을 먹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나약한 태도를 유지한다”면서 “만약 한국 정부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독립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위험한 도박을 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