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100일… ‘불신’을 찌르고 ‘확신’을 주사하다

입력 2021-06-05 04: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5일로 100일을 맞았다. 지난 100일은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여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백신 물량 확보·공급에 대한 우려와 부작용 논란이 되풀이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여전히 정부가 목표로 한 집단면역(인구 70% 접종)으로 가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고령자를 제외하고 일반 국민의 접종이 본격화되는 3분기가 관건이다. 안전성 논란을 극복하고 접종률을 얼마나 빨리 높이느냐가 중요하다. 접종이 본궤도에 오름에 따라 11월 말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오는 12월에는 마스크 없는 생활도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1차 접종 100만 돌파까지 39일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접종은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1차 접종자 400만명을 돌파한 지 이틀 만에 5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접종 초기에는 속도가 매우 더뎠다. 실제 접종 시작 후 39일째인 4월 5일에야 1차 접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초기 접종은 권역·지역예방접종센터에서 한정적으로 이뤄졌고 요양병원·시설 등에서 방문접종을 하느라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4월부터는 위탁의료기관의 접종이 활성화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4월 22일 200만명을 돌파한 후 1주일 만에 300만명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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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속도도 더뎠지만 100만명 돌파까지 장애물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은 지난 2월 26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시작됐다. 다음날 화이자 백신도 접종을 개시했다. 그러나 접종 시작 전부터 첫 번째 고비를 맞았다. AZ 백신이 고령층에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만 65세 이상을 제외하고 접종이 시작됐다. 2주 후인 3월 11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고령층도 AZ 백신을 맞아도 된다”고 권고해 만 65세 이상은 2분기에 백신을 맞게 됐다. 다만 만 75세 이상 고위험군은 화이자 백신 접종자로 분류됐다.

같은 달 17일, 이번에는 AZ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된 사례에서 혈전이 발견돼 안전성 논란이 제기됐다. 앞서 유럽에서는 AZ 백신 접종자에게서 희귀 혈전증이 수차례 보고됐다. 이튿날인 18일에는 20대 남성이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 일부 국가는 만 60세 이상만 이 백신을 맞히기로 했다. 방역 당국은 4월 7일 우선 만 60세 미만의 AZ 백신 접종을 보류했다.

전문가 논의 후 12일 접종을 재개하면서 최종적으로 만 30세 미만만 접종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AZ 백신과 연관성이 의심되는 혈전증은 모든 종류의 혈전증이 아니라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하는 극히 드문 형태의 혈전증”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성 논란은 얀센 백신으로 확대됐다. 같은 달 13일 미국 보건 당국이 얀센 백신의 접종중단을 권고하면서 국내에서도 파장이 일었다. 미국은 이후 얀센 백신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접종을 재개했지만 국내에선 AZ와 마찬가지로 만 30세 미만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5600만명분→1억명분 백신 숨통

백신 접종 초기 정부는 백신 물량을 너무 적게 확보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 1월 초 정부가 확보했다고 밝힌 백신은 5600만명분이었다. 인구의 100%가 맞고도 조금 남는 양이지만 비상 상황에 대비해 인구수의 배에 달하는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순차적으로 확보 물량을 늘렸다. 지난 1월 20일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은 당초 1000만명분을 계약했지만 3300만명분까지 늘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얀센 백신 100만명분까지 미국 정부에서 공여받아 총 1억명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확보한 백신 공급은 일정치 않았다. 물량 공급이 끊긴 적은 없지만 소량씩 나눠서 들어오는 탓에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실제 5월은 백신 공급 ‘보릿고개’였다. 2차 접종 시기가 도래한 이들을 맞히기도 빠듯해 4월 30일엔 화이자 백신의 1차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AZ 백신도 공급이 제한적인 탓에 5월 27일까지 1차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이 영향으로 1차 접종자는 4월 29일 300만명을 돌파한 후 5월 26일 400만명에 도달하기까지 거의 한 달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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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공급 숨통은 5월 중순부터 트이기 시작했다. 화이자 백신이 매주 43만여회분씩 도착했고 코백스 공급분의 백신(AZ·화이자)도 113만여회분 들여왔다. 개별 제약사와 계약한 AZ 백신도 356만여회분이 도착해 5월에만 총 751만여회분의 백신이 도입됐다. 국내 생산 백신도 다양해지면서 향후 백신 확보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AZ 백신에 이어 노바백스 백신을 기술이전 방식으로 생산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상반기 백신 접종에 5113억원 소요

그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는 국가 재정과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사용됐다. 백신 자체는 정부 돈으로 사지만 예방 접종 위탁의료기관에 지급하는 비용은 건강보험료에서 70%가 나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Z, 얀센 백신 접종자 1630만명당 공단부담금 3579억원, 국가부담금 1534억원 등 총 5113억원이 예방 접종 시행 비용으로 소요된다고 추계했다. 그동안 건보 재정은 코로나19 발병 후 진단검사(유전자증폭 검사), 치료에 이어 백신 접종까지 감염병 대응 전반에 걸쳐 쓰였다. 코로나19 진단검사(302만9000건 기준)와 치료비(8만1000명 기준)에 건보 재정은 각각 1255억원, 2412억원이 사용됐다. 국가재정까지 합하면 검사와 치료비에 최소 4789억원이 소요됐다. 예방 접종에 들어간 비용까지 합하면 코로나19 대응에 들어간 비용은 최소 9902억원으로 집계됐다. 향후 이 비용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