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마지막 검찰총장, 첫 시험대는 ‘인사·수사의 정상화’

입력 2021-06-02 04:02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1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2년 임기를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낙점된 그는 조직의 안정, 검찰을 향하는 여러 ‘외풍’ 차단의 중책을 떠안았다. 수사 관행 및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검찰 개혁 과제도 남아있다.

김 총장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열고 “‘굳건한 방파제’가 돼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나갈 것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기에 외풍이 심해지는 것을 대비하면서 본인에게 제기된 편향성 논란을 일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객관적 사실을 통해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얻겠다”며 ‘실사구시’ 자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취임 첫날 행보에는 검찰 조직문화 개선, 공정성 확보 메시지가 담겼다. 그는 취임식에 앞서 상관의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김홍영 검사의 부친에게 전화로 위로를 전했다. 이어 본인이 수사 대상자로 검토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본인이 변호사로 재직했던 법무법인의 선임 사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취임사에선 현 정권의 개혁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표하는 한편 검찰의 입장도 대변했다. 김 총장은 “6대 중요 범죄 등에 대한 직접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따라 권한을 부여받은 고검장과 검사장을 중심으로 수사와 사건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가 낸 조직개편안에는 6대 범죄 직접수사를 전담부가 담당하고, 전담부가 없는 지검과 지청은 총장·장관 승인을 얻어야 관련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는 김 총장이 ‘인사와 수사 정상화’를 놓고 곧 검찰 내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본다. 법조계는 특히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김 전 차관 사건 등의 처리 방향에 주목한다. 두 사건 수사팀은 대검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올렸다. 대규모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어 수사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김 총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 협의에서 실질적인 의견 반영을 이뤄낼 것인지도 주목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친정권’ 인사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많다.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가 최근 대검 검사급의 ‘탄력인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점은 고검장들에 대한 망신주기로 해석됐고, 살아있는 권력을 겨눈 수사팀장들의 좌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후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한 데 뼈가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이 검찰 내부의 목소리를 관철하지 못한다면 법무부 차관 시절 불거진 편향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었다”며 “단 하루를 총장으로 재직하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