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女부사관 극단 선택’ 전면 수사… 총리 “엄중 조치하라”

입력 2021-06-02 04:02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전면적인 수사에 나섰다. 국방부는 수사 주체를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했다. 사건 발생 3개월에 이르는 시간 동안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군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일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기강 확립이 중요한 군 조직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군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전말과 함께 사건 은폐·회유·합의 시도 등 조직적인 2차 가해 의혹을 수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와 관련자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라”고도 했다.

국방부는 공군의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과 2차 가해가 있었는지 등을 포함해 사건의 전 과정에서 문제점을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 형사처벌과 별개로 지휘관 등에 대한 엄중 문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휘관리 감독·조치상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충남 서산 공군 모 부대 소속이던 A 중사는 선임 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부대에 음주·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에도 선임의 참석 요구에 불려갔다가 돌아오는 차량 뒷좌석에서 신체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A 중사는 이튿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정식 신고했으며 두 달여 간 청원 휴가를 떠났다. 이후 전출된 부대로 출근한 지 나흘 만인 지난 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당일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며,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휴대전화에 남겼다고 유족 측은 전했다.


유족 측은 또 신고 이후 군에서 조직적인 은폐와 회유, 협박 등 2차 가해가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가해자와 물리적 분리가 되지 않았고 피해 당사자는 물론 같은 군인인 남편에게까지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하루 만에 25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한 상태다.

군내 피해자 보호 매뉴얼이 허술하다는 지적과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