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 첫 디지털 화폐 정식 발행 국가되나… 전국 사용 확대

입력 2021-06-02 04:05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 신화통신 홈페이지

중국 후난성 창사시는 최근 4000만 위안(약 70억원) 상당의 디지털 위안화를 추첨을 통해 시민 30만명에게 나눠줬다. 시민들은 스마트폰 전자지갑에 들어온 이 돈을 중국 전역의 디지털 위안화 결제 가능 상점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추진 중인 중국은 그동안 몇몇 도시에서 시범사업을 벌였다. 이번 창사 실험은 금액 규모나 사용처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그만큼 결제 기반이 갖춰졌다는 뜻이어서 전면 도입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CBDC)를 정식으로 발행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창사시 정부가 진행한 디지털 위안화 지급 행사에는 총 132만4171명이 참여했다. 이러한 공개 이벤트의 주된 목적은 중국인들이 디지털 위안화 사용에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디지털 위안화를 정식 출시해 자국 법정 디지털 화폐 선전의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은행은 2014년 디지털 화폐 연구에 착수했다. 2019년 말 중국 4대 국영은행과 3대 이동통신사가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디지털 위안화 시범지구는 베이징, 상하이, 톈진, 허베이성 등으로 점차 확대했다. 중국 상무부는 위안화 범위에 실물 형태와 디지털 형태를 포함하는 인민은행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법적 근거도 마련한 상태다. 이후 광둥성 선전, 장쑤성 쑤저우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한 지급 이벤트가 진행됐다. 중국은 또한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개 행사와 별개로 각지에서 비공개 시험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에선 ‘위챗’이나 ‘알리페이’ 같은 민간업체의 전자결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민간업체가 장악한 결제 플랫폼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가 통화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앙은행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인민은행으로선 디지털 위안화가 도입되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금융통화정책을 집행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중국이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거래 및 채굴을 금지한 것도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디지털 화폐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나라들보다 먼저 도입함으로써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을 높이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다만 공산당이 통제하는 결제 플랫폼을 얼마나 많은 나라가 이용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