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늙지 않았다. 그저 세상에 조금 오래 있었을 뿐이다.”
올해 106세인 호주 출신 아일린 크레이머는 현역 최고령 무용수다. 영국 BBC는 31일(현지시간) 고령에도 현역 무용수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크레이머의 사연을 전했다.
크레이머는 고령에도 춤출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늙었다’와 ‘나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오히려 그 단어를 사용한 기자를 꾸짖었다. 크레이머는 “사람들이 늙었을 때 든다고 하는 감정이 내겐 없다”며 “무언가를 창작할 때 나의 태도는 어린이였을 때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유명 발레단 단원이 됐고 전국을 누비며 공연했다. 인도, 프랑스 등을 거쳐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 파리에선 미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 세기 가까이 가장 많은 열정을 쏟은 분야는 무용이었다. 그는 “인생 대부분 무용수들과 함께 보내 외롭지 않았다”며 “몇몇은 결혼하거나 아이를 데리고 유럽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무용수로 살며 겪는 불편함을 견뎌냈다”고 전했다.
99세의 나이에 고국으로 돌아온 크레이머는 무용 뿐 아니라 미술, 영화,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국립연극학교와 독립극장에서 무용 작품 3개를 공연했고 대형 무용축제 2곳에 참여했다. 영화도 찍고 책도 3권 썼다”고 소개했다.
최근 크레이머는 자신의 인생에서 영감을 받은 몇개의 주제로 안무를 구상해 직접 공연하고 영상도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영상 촬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지만 창작열을 식힐 수는 없었다.
크레이머는 “촬영장에 나가지 못해 대신 영상을 어떻게 제작했는지에 대한 책을 썼다”며 “코로나19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BBC의 인터뷰는 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간이 다가오면서 종료됐다. 그는 “백신을 맞는 게 정말 싫지만 (백신이) 앞으로 아프지 않게 해줄 것”이라며 웃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