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입김에, 삭발 투쟁에… 흔들리는 GTX 노선

입력 2021-06-02 04:01 수정 2021-06-30 18:24

수도권 주민의 서울 도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면담한 뒤 국토부가 구리(윤 원내대표 지역구)를 경유하는 중앙선과 GTX-B 노선과의 연결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에 착수하자 이번에는 GTX-D 노선에 반발해온 김포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국토부 앞에서 삭발 투쟁을 예고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힘겨루기 장처럼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1일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 ‘나라장터’에 GTX-B 열차의 중앙선 운행 사전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긴급공고로 올렸다. 서울 용산에서 망우동, 구리 등을 거쳐 경기도 양평까지 이어지는 중앙선을 GTX-B와 연계하는 방안이다. 구상대로 이뤄지면 GTX-B 노선은 망우동에서 별내, 마석 등으로 이어지는 노선과 현재 중앙선 노선의 ‘Y자’ 형태로 갈라지게 된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입찰은 1일 마감됐다.

이 연구용역에는 1억9012만여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국토부는 과업지시서에서 이 연구용역 예산이 윤 원내대표에 의해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 예산은 당초 국토부가 신청한 예산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됐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국토부가 입찰 공고를 올리기 3일 전 윤 원내대표가 노 장관을 만나 GTX-B의 구리 갈매역 정차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여당 실세 요구를 바로 관철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갈매역 정차와 GTX-B·중앙선 연결 사전타당성 검토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GTX-B·중앙선 연결은 GTX-B 수요 확대와 중앙선의 선로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GTX-B와 중앙선 연결이 현실화하면 구리에도 GTX-B 정차역이 생기는 만큼 구리의 서울 도심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대신 구리보다 서울에서 더 먼 남양주나 양평 등에서 서울 도심까지 가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 초기 인천 송도에서 서울 청량리까지 노선으로 구상됐던 B노선은 예비타당성 과정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연장된 데 이어 중앙선과 연결까지 검토되는 등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타당성 조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김부선’으로 불리는 GTX-D를 두고도 정치권 입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B노선과 연계해 여의도·용산으로 직결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김부겸 국무총리가 D노선의 강남 연장 요구를 담은 김포시 입장을 국토부에 전했지만, 김포 지역구 의원인 민주당 김주영·박상혁 의원은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GTX-D 원안사수 등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알려왔습니다] GTX-B·중앙선 연결 사전타당성 검토 관련

본지는 지난 6월 2일자 ‘실세 입김에, 삭발 투쟁에… 흔들리는 GTX 노선’ 제하의 기사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노형욱 국토부 장관을 면담한 뒤 국토부가 구리(윤 원내대표 지역구)를 경유하는 중앙선과 GTX-B 노선과의 연결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은 2020년 12월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제안되어 국토부 예산에 반영하였고, 국토부는 2021년 3월 2일 조달청 용역 발주계획을 확정, 같은 해 5월 7일 및 5월 14일 조달청 사전규격 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5월 21일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윤 원내대표와 국토부 장관 면담과 국토부의 중앙선과 GTX-B 노선과의 연결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발주는 관련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