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근간을 지탱하는 수출이 화끈하게 반등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40% 이상 급등했다. 월 기준 상승률로만 보면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로 뛰어올랐다. 반도체를 위시한 15대 주력 품목의 수출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산되면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한 영향이 컸다. ‘V자 반등’ 기류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45.6% 늘어난 507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4월(41.2%)에 이어 2개월 연속 40%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월별 수출액을 집계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5월 수출액이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25.6%를 기록한 기저 효과가 반영됐다. 그렇다고는 해도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 충분한 수준이다. 수출액 기준으로 봤을 때 역대 5월 수출액 중 가장 많은 금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V자 반등에 가까운 수출 급증세의 근간이 됐다. 한국의 9대 주요 수출국 실적이 모두 개선됐다. 미국(62.8%)과 유럽연합(62.8%), 아세안(64.3%), 중국(22.7%) 등 수출액 비중이 큰 국가들 모두 두 자리 수 수출액 증가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역으로의 수출액이 늘어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인도(152.1%)와 중남미(119.3%) 수출액이 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의 주력 품목 수요가 늘어난 점과 맞물린 결과로 읽힌다. 품귀 현상까지 벌어진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액은 100억43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5% 증가했다. 11개월 연속 수출액 증가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에 돌입했다는 각계의 분석에 힘을 실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 사태를 겪었던 자동차도 34억9300만 달러(93.7%)를 수출하며 지난해 실적의 더블 스코어 가까이 기록했다. 그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품목들이 대외 상황 호전으로 기지개를 켜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은 유가 상승이라는 호재가 겹치며 각각 45억6500만 달러(94.9%), 30억2900만 달러(164.1%) 수출액을 달성했다.
당분간은 수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 대한 기저 효과가 반영될 예정이다. 세계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인 전망을 하게 만든다.
변수는 지난달 기준 전체 수출액의 19.8%를 차지하는 반도체 실적 변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0.9%나 급감했다. 생산량 감소가 향후 수출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재고가 없을 정도로 반도체 시장 자체가 활황이라 수출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