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배 뛴 AMC… 2차 공매도전쟁, 서학개미들 대거 참전

입력 2021-06-02 00:05

지난 1월 공매도와의 전쟁으로 글로벌 증시의 화제가 됐던 ‘게임스톱 사태’가 재현될 조짐이다. 미국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에 공매도가 몰리자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하면서 신고가를 작성했다. 여기에 서학개미들이 또다시 대거 참전하면서 해외주식 주간 매수 순위 상위권으로 끌어올려 추이가 주목된다.

AMC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6.1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 달 전(9.71달러)에 비해 169% 상승했으며, 연초와 비교하면 13배 가까이 폭등한 가격이다. 장중 36.72달러 신고가 기록도 썼다. AMC 상승 랠리를 주도한 것은 투자 커뮤니티 레딧이다. 이들은 대형 헤지펀드가 일부 종목에 과도한 공매도로 수익을 올리는 데 반감을 갖고 공매도 잔량이 높은 종목들을 ‘사냥’하고 있다. AMC의 전체 주식 대비 공매도 비율은 20% 정도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팔고 추후에 갚는 방식이다. 따라서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는데 주가가 오를 경우엔 비싼 값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한다(숏커버링). 공매도 세력이 ‘백기’를 들고 숏커버링을 대규모로 일으키면 주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숏스퀴즈). 이 단계까지 주가를 끌어올려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에 ‘한 방’ 먹인다는 게 레딧 개미의 작전이다. 투자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미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들은 지난주에만 12억30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레딧발 ‘공매도 전쟁’에는 뒤질새라 서학개미도 참전했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2448만여 달러(약 271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AMC를 해외주식 주간 매수 순위 12위에 올려놨다.

뉴욕 증시를 집어삼키는 AMC 매수 열풍은 거래량으로도 확인된다. CNBC에 따르면 NYSE에서 거래되는 주식들의 지난 한 달 평균 거래량은 1억주 안팎이다. 하지만 AMC는 이날 하루에만 6억5907만주, 전날엔 7억주가 넘는 거래량을 기록했다. 여기에 암호화폐 시장 부진에 따른 투자자 수요까지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NBC는 “AMC는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아 5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져 현재 주가는 비상식적”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급속도로 버블이 꺼지며 주가가 폭락한 ‘게임스톱 사태’가 재현된다면 막대한 투자자 피해도 우려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