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3패지만… 라바리니호 어린 선수들 ‘세계 벽’ 체험

입력 2021-06-02 04:07
여자배구 대표팀의 센터 이다현(가운데)이 지난 2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태국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V-리그에 가능성을 보인 어린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국제무대에서 시험해 볼 기회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21일 출국 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2020 도쿄올림픽이 2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 그 직전 참가해 15경기를 치르는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는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시험해 볼 절호의 기회였다.

그 발언 내용이 VNL 무대에서 실현되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매 경기 선발 명단을 바꿔가며 스쿼드 내 모든 선수에게 배구 선진국 선수들과 맞부딪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연경 양효진 오지영 등 기존 대표팀 주전 선수들이 매번 풀 경기를 소화하는 게 아니기에 대표팀은 좀처럼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출전 기회를 잡은 비주전 선수들이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올림픽을 앞둔 대표팀의 수확이다.

1일 폴란드전(0대 3 패)에서 눈에 띈 건 20세에 불과한 센터 이다현(현대건설)의 활약이었다. 이다현은 2세트 15-22에서 상대 후위 공격을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블로킹했다. 바로 다음 랠리에서도 유효 블로킹에 이어 이소영의 득점을 이끌어낸 정확한 토스를 선보인 이다현은, 17-22에서 또다시 상대 공격을 완벽히 막아냈다. 장신 선수가 즐비한 폴란드에 고전하던 대표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연속 활약이었다. 이다현은 이 경기에서 블로킹 2개 포함 7득점을 올리며 표승주(9득점) 박정아(8득점)의 뒤를 이었다.

비단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6일 태국전에서도 이다현은 경기 중반 투입돼 블로킹 3개 포함 총 10득점을 올렸다. 라바리니 감독이 “이다현은 점프가 좋고 파워가 있으며, 블로킹에서 좋은 기술과 타이밍을 보여준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다현은 매 경기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V-리그 총 50경기만 뛰었고, 대표팀 소집도 처음이기에 경기를 치러가며 더 발전할 여지도 충분하다.

센터 박은진(22·KGC인삼공사)과 세터 염혜선이 호흡을 맞춘 빠른 속공 플레이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염혜선 등 세터와 함께 반격 상황에서 센터와 라이트를 모두 활용하는 빠른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폴란드전에선 염혜선이 2~3세트 기습적인 중앙 속공을 자주 시도했고, 이를 박은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이런 공격루트는 올림픽에서도 장신 군단을 상대하는 대표팀의 확실한 득점 루트가 될 수 있다.

날개 공격수 정지윤(20·현대건설) 육서영(20·IBK기업은행)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며 감을 찾고 있다. 폴란드전에서 처음 출전해 디그 12개를 기록한 리베로 한다혜(26·GS칼텍스)도 안정감을 보였다. ‘VNL을 통해 어린 선수들의 활용법을 파악하겠다’는 라바리니 감독의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질까. 향후 경기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