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이베이·요기요 인수전… 롯데·신세계 ‘왕좌의 게임’

입력 2021-06-02 04:03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 인수전이 유통업계를 달구고 있다. 예비입찰을 통해 선정된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 명단에 대형마트 3사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커머스와 플랫폼 경제 중심으로 유통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가 인수전에 뛰어들어 도약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계 3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본입찰 일정이 오는 7일, 배달앱 업계 2위 요기요 본입찰은 17일로 예정돼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련 예비입찰에서는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 신세계그룹 이마트, SK텔레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쇼트리스트에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과 이마트를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등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면서 자금을 대거 확보했다.

이마트도 탄탄한 자산을 토대로 자금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지분 교환으로 협력 관계가 된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뛰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20조원으로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에 이어 업계 3위였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으론 4조~5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온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수위권을 차지하게 된다. 지난해 롯데온 거래액은 7조6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베이코리아와 합쳐지면 산술적으로 1위인 네이버의 거래 규모를 뛰어넘는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이 있다”고 밝히면서 인수합병(M&A)에 능한 롯데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와 네이버의 연합이 성사되면 흐름이 이마트·네이버 컨소시엄 쪽으로 방향이 완전히 꺾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약 50조원 규모의 ‘이커머스 공룡’이 등장하게 된다.

이마트 계열사 SSG닷컴은 배달 플랫폼 업계 2위인 요기요 인수전에 합류했다. 요기요 인수전 쇼트리스트는 SSG닷컴, MBK파트너스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케피탈가 포함됐다. SSG닷컴 외에는 전부 사모펀드라 SSG닷컴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를 모두 인수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과 정용진 부회장이 결단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요기요 몸값은 1조~2조원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달앱 시장에서 3위인 쿠팡이츠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요기요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적잖다.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인수 금액을 적어내는 사모펀드가 결국 요기요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건의 빅딜은 유통업계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은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의 문제가 됐다”면서 “대규모 투자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시장 선점이 최우선 이슈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