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여름휴가 일정이 맞물리면서 유럽연합(EU)이 7월 1일부터 ‘디지털 백신여권’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백신여권을 소지한 경우 자가격리 등 조치 없이 자유롭게 출입국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31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7월 1일부터 역내 27개 회원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백신여권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유럽인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디지털 백신여권은 EU 여행을 예측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위원회의 계획에 따르면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지 14일이 지났거나 180일 이내로 감염 후 완치 경험이 있는 EU 지역 거주자는 디지털 백신여권을 발급받아 진단 검사나 자가격리 없이 출입국을 할 수 있다. 각국은 백신여권 소지자 자녀의 경우 자체 기준에 맞춰 검사 면제 연령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집행위원회는 각국에 입국 시 72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거나 48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발급받은 음성확인서를 제출받도록 권고해 왔다. 유로뉴스는 “지금까지 그리스, 덴마크, 폴란드 등 7개국이 디지털 백신여권 발급 준비를 마쳤고, 프랑스 역시 9일부터 준비가 완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EU는 영국에서 회원국으로 입국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디지털 백신여권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가디언은 “EU가 영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의 역내 확산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국에서 EU 회원국으로 입국하는 경우에는 자가격리 등 기존 제한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U가 디지털 백신여권 도입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른 백신 접종 덕분이다.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독일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중순까지 EU 성인인구 70%가 백신 접종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AFP통신 역시 “자체 조사결과 EU 성인 인구 중 최소 36.6%가 1회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관광업이 주 수입원인 남유럽 회원국들이 선제적으로 입국 절차 간소화를 진행한 것도 디지털 백신여권 도입 일정이 당겨진 이유로 꼽힌다. 앞서 스페인과 그리스는 백신 완전 접종자에 한해 자가격리 등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그렇지만 백신여권 도입에 대한 신중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사회생활을 위해 건강상태를 증명하는 것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라고 짚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전날 캐나다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백신여권이나 확인서들에 대한 의견 일치가 필요하다”면서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백신여권이나 여행이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윤리적 고민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
▶